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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타운'이 뜬다]잿빛 요양원 분위기서 도심 속 활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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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니어타운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울시니어스타워 가양타워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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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은 소년, 70은 청년, 80은 중년’ 한 생명보험 회사 CF에 나오는 말처럼 '액티브 시니어'는 나이를 다시 정의하는 세대다. 이들은 자신의 나이보다 7.7세 정도 젊다고 느끼며 살아간다고 한다. 또 이렇게 거침없이 외치는 세대다. “우울한 노년은 가라” 그리고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써라.” 그래서 선택한 곳이 시니어타운이다.

시니어타운은 건강한 고령자들을 위해 식사, 청소 등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복지주택을 말한다. 실버타운, 실버주택, 노인주택, 노인복지주택 등으로도 불린다. 노인복지법상 공식 명칭은 ‘유료 노인복지주택’이다. 4~5년 전만 해도 실버타운이라는 명칭이 대세였는데 요즘에는 시니어타운으로 통칭되는 분위기다.
실버라는 단어에 고독한 말년의 처량하고 서글픈 ‘회색(노인)’ 이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시니어타운(노인복지주택)이 첫 선을 보인 것은 1989년 노인 주거 안정을 위해서였다. 같은 해 문을 연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유당마을’은 국내 시니어타운의 효시로 꼽힌다.

그 후 현재 운영 중인 임대형이 1993년 신설되고 1997년에는 분양이 허용됐다. 하지만 시니어타운 통용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초기 시니어타운은 도심과 떨어져 요양 위주로 운영되는 전원주택의 개념이 주종을 이룬다.

1998년 서울 최초 시니어타운인 ‘서울시니어스타워’를 필두로 2000년대 ‘삼성노블카운티’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 ‘그레이스 힐’ ‘더헤리티지’ ‘골든팰리스’ ‘정동 상림원’ ‘더 클래식 500’ ‘노블레스타워’ 등과 같은 도시생활형의 대형화·고급화 시니어타운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건설 경기 호황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노인복지주택 건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4일부터 정부는 나이 제한과 처벌 규정을 도입했다. 60세 미만자에게 양도·임대할 수 없도록 해 재산권 행사를 제한했고, 입소 자격도 60세 이상에게만 부여해 자녀들과 함께 살 수도 없도록 제약을 가했다.

더클래스500 뷔페&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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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업이 침체에 빠지자 건설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고, 2008년 8월 이후 단 한 건의 신규사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신고된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5000여 가구에 이른다. 시니어타운이 다시 부활의 조짐을 나타낸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8년 8월 4일 이전에 승인된 시니어타운에 한해 나이 제한 규정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60세 미만인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고 일반인에게도 양도 및 임대할 수 있는 등 재산권 행사가 한층 자유로워졌다. 이로써 매력적인 노후 주거상품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도시생활 기반 ‘액티브 시니어’들에 인기
노년인구, 독신인구, 자녀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들이 늘면서 1·2인 가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총 가구의 45%가 1·2인 가구며, 20년 후에는 총 가구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의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미래 주거 환경의 변화’ 논문에 의하면 2인 가구 가운데 고소득 시니어는 경제력과 건강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다. 대부분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자식들과 불편하게 부대끼며 사느니 마음 편하게 홀로 또는 부부끼리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이들이다.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주요 욕구는 ▲건강한 삶 ▲쉽고 편한 생활 ▲갑작스런 사고에 대한 불안함 ▲즐거운 여가생활 ▲외로움 탈피 ▲대화와 공동 활동 등이다. 그 대안으로 시니어타운이 각광받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 시스템, 단지 내에서 열리는 댄스·수영·에어로빅, 공연 등 취미 및 문화강좌와 운동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다. 해외에는 병원은 물론 커뮤니티클럽과 서비스센터 등을 갖춘 시니어타운들이 많다.

더헤리티지에 사는 어르신들이 스파를 즐기고 있다.

더헤리티지에 사는 어르신들이 스파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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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의 경우 기업 CEO, 의사, 대학교수, 고위 공무원, 은행장, 변호사, 예술인 등 사회 고위층이 대다수다. ‘더클래식500’ 마케팅팀 한성희 과장은 “아직 경제 활동을 하는 입주자 비중이 약 30%”라며 평균 연령은 69~71세인데 매우 열정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런 도시생활에 기반을 둔 액티브 시니어들의 선호도가 높아 최근에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형·도시근교형 시니어타운의 인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레이스힐’은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 들어서 있고 출구 쪽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그레이스힐 건물로 연결돼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서울·강서·가양·분당타워가 지하철 역 인근 도시 또는 도심 주위에 자리한다.

액티브 시니어들 만의 얘기가 아니다. 시니어타운은 30~40대 세대도 은퇴 이후의 삶의 대안으로 점차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초반의 이준무 부장은 “노후에 살 집으로 시니어타운에 관심이 많다”며 “아들 하나 있는데 나중에 나를 봉양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회사원 유정윤(35)씨도 “독신주의에 가까워 싱글로서 맞을 인생2막도 생각하고 있다”며 “직장에 있을 때 열심히 돈을 모아 노후에 좋은 시니어타운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니를 고급 시니어타운에 모셨다는 전문직 종사자 정찬용(54)씨. 어머니가 먼저 시니어타운에 들어가기를 원하셨다고 한다. 정씨는 “현재 즐겁고 편안한 생활에 만족해하신다”며 “자식으로서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의 ‘실버’타운은 소외된 노인들이 집단으로 수용된 곳, 부모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자식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입주시키는 곳 등 우울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반면 지금의 시니어타운은 편한 노후생활을 위해 고령자들이 직접 주거지를 선택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입주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오히려 입주가 불가능하다. 시니어타운에 부모를 모신다고 ‘불효’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했던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된 것이다.

노년의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일까. 외로움이다. 아파서 몸져 눕는 것 보다 더 견딜 수 없는게 외로움이다. 외로워서 죽기까지 한다.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일본의 고독사(孤獨死)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일본에서는 연간 3만2000명의 고독사가 보고될 정도다. 바로 옆에서 누가 죽어도 모르고 시체가 썩어도 모른다고 하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만하다.

노인복지법 개정…가족과 살수 있는 곳 변모
그런 면에서 커뮤니티화 트렌드를 반영한 공동생활 주택으로 등장한 시니어타운은 효용성이 커 보인다. 다만 시니어타운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고령자들만 모여 살다보니 자주 접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장경영 수석연구원은 “갑자기 죽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주변인의 모습을 보면 분위기가 저하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노인들도 이러한 사회적 고립을 꺼려해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타운들의 개선 노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고령자들이 젊은 세대와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의 경우, 시니어타운 내에 유치원을 지어 인근 주민들이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또 훌륭한 시설의 수영장과 헬스센터를 아파트 주민들에게 개방,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더헤리티지는 여름방학 기간에 손자손녀들이 시니어타운에 있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수영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시니어타운의 입주 자격 제한이 특례조항으로 풀리면서 달라진 풍경도 눈에 띈다. 60세 이하도 자유롭게 입주·매매가 허용되면서 자녀가 시니어타운에 들어와 부모와 함께 사는 곳도 종종 눈에 띈다. 50대 우모씨는 최근 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한 도심형 시니어타운 ‘정동상림원’ 76평형에 들어와 살다가 98평형으로 이사해 여든 살이 넘은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보유 주택(76평)은 외국인 렌트를 통해 수익까지 창출한다. 정동상림원 관계자는 “입주 자격 제한 당시 60%대 분양률이었으나 요즘은 90% 가까이 높아졌다”며 “수익형 시니어주택이 되려면 위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울, 경기 지역 등에 지어진 시니어타운은 입지 여건이 좋아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니어타운 업계는 “고령화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노년 주거의 개념이 시니어타운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니어타운에 사는 사람은 건강하고 활기찬 고령자
시니어타운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보증금을 내고 월 생활비를 납부하는 ‘유료 양로시설’과 분양을 받아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유료 노인복지 주택’이 포함된다. 실버타운 입주는 ‘단독 취사 등 독립된 주거 생활이 가능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중증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간병인의 간호가 필요한 사람들은 입주할 수 없다. 이 경우 시니어타운으로 불리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이 아니라 요양시설로 불리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찾아야 한다.

외국에서는 은퇴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뜻하는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Retirement Community)’가 시니어타운을 의미한다. 고령에 따른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치료하는 것을 통상 ‘너싱 홈(Nursing Home)’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니어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거주시설과 휴양 및 스포츠시설을 갖추면서 문화 및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주거 형태로 널리 확산됐다. 시니어타운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하나의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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