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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근절안, 급한 불만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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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부가 3일 발표한 '전관예우 근절방안'의 핵심은 행위제한 도입과 취업제한 개편, 공직자윤리위원회 기능 강화 등이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의 취업제한폭과 기간을 확대하고 적용을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행위제한은 고위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장차관과 자치단체장, 공기업 기관장 등 재산공개대상자에 대해 1년 동안 관련 분야의 취업을 금지하고, 이들이 퇴직 후 1년 동안 자신의 활동 내역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현행 고위공직자의 취업심사제도도 대폭 강화했다. 퇴직 전 업무관련성 적용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금감원과 국방 분야의 취업심사 대상자를 확대했다. 로펌에 재취업할 경우 모두 취업심사 대상이 된다.

공직자 재취업 심사를 담당하는 공직자윤리위의 기능도 커졌다. 민감위원을 현재 5명으로 7명으로 늘리고, 퇴직자 취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용보험공단 등 기관의 자료제출 협조 의무를 제도화하고 윤리위의 심사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했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전 3년 이내에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로의 취업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예외조항이 너무 많이 실효성이 떨어졌다. 취업제한 업체의 범위를 자본금 50억원 이상이고 연간 외형 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체로 한정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자본금이 낮은 대형 법무법인들이 모두 제외되면서 그동안 고위급 공직자들이 퇴직후 로펌으로 옮겨 거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이를 막기위해 취업제한 대상에 로펌과 회계법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현행 공직자 윤리법의 업무 관련성 적용 범위를 퇴직후 1년 동안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해 업무 관련성 범위를 크게 넓혔다.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후 1년 동안은 무조건 금지, 이후 1년 동안은 승인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1+1 쿨링오프'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전관예우 금지법안이 여러 분야에 걸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큰 그림은 없어 보인다. 이것이 이번 정부안의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다. 전관예우를 근본적으로 막을 '큰 그림' 없이 당장 여론이 안좋은 것을 막기위한 '미봉책'의 성격이 짙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금융검사감독 업무와 국방방위력 개선 분야에만 취업심사 대상자를 확대한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재 금감원은 2급 이상 고위공직자만 취업심사대상인데 이를 4급 이상으로 늘리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취업심사대상도 군수품관리와 방위력개선 부서 등의 7급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감사원과 국세청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의 경우 이미 7급 이상이 재산등록의무자라는 점에서 이번 정부안에선 빠졌다. 그러나 감사원과 국세청의 경우에도 전관예우 사례가 적지않게 발견되는 만큼 취업심사 대상 확대만으로는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모두가 취업심사대상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통과할 경우 업무 관련 기관에도 취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전관예우 금지의 실효성을 높히려면 어느 정도 직급 이상에 대해서는 취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취업 적절성 여부를 결정할 공직자윤리위원의 숫자도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공직자윤리위에 민간위원 2명을 더 보강해 모두 11명이 심사를 하지만, 취업심사 대상이 확대되면 일일이 적발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공직자윤리위 민간위원을 더 많이 늘리는 한편 공직자윤리위가 제대로 심사를 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견제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벌어지는 만큼 이를 적발할 장치가 필요하다. 공직사회 안팎에선 현행 공직자윤리법만 잘 적용해도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비리의 경우 내부신고 없이는 적발이 어렵기 때문에 신고포상금제나 전관예우 적발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직자가 관련 규정을 어겼을 때 처벌 조항은 미흡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새롭게 마련된 규정을 어길 경우 처벌은 과태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불공정한 전관예우에 대해서 강력한 근절의지를 갖고 있는 지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너무 엄격한 처벌조항을 만들 경우 직업의 자유 제한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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