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요건 등 복잡...투자자금도 하늘의 별따기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때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사업을 벌였으면 실패하고 고시 준비를 했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국내 벤처환경의 열악함을 꼬집는 말이다. 저커버그가 한국에 있었어도 성공했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벤처인은 한 명도 없었다. 한 벤처업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저커버그 사례는 절대 나올 수 없다"며 "페이스북 성공은 저커버그 혼자서 한 게 아니라 미국의 벤처 생태계가 만든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벤처 생태계를 알아봤다.
실리콘밸리의 상징인 스턴퍼드대학교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가장 잘 정착된 곳이다. 이 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티나 실리그(Tina Seelig) 교수는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위험이 곧 기회라는 것"이라며 "책상 앞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벤처정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으로 간단히 벤처 가능=저커버그가 학교를 나와 바로 사무실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간편한 행정 절차 덕이다. 미국은 온라인 등록만으로 수시간만에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누구나 아이디어와 사업의지가 있으면 간단히 벤처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사업 파트너, 벤처캐피탈=미국에서 벤처캐피탈은 단지 자금만 공급해주는 곳이 아니다. 벤처가 좀 더 잘될 수 있도록 돈과 함께 자신들의 경영 노하우까지 전수해 준다. 일종의 사업 파트너인 셈이다. 초기 페이스북을 먹여살린 것도 실리콘밸리의 투자자금이었다. 현재 페이스북은 기업가치만 100조원으로 추정되지만 설립 후 몇 년간은 수익원 부재로 난항을 겪어야 했다. 벤처캐피탈은 페이스북의 가능성을 믿었고, 저커버그는 이에 멋지게 화답한 셈이다.
반면 국내는 일부 벤처캐피탈이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최근 자금 유치에 나섰던 한 업체 대표는 "지분 50% 배정, 사업 실패 시에도 투자금 보전 등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 조건을 내밀더라"며 "현재 자금 확보가 절실하지만 그런 조건으로는 계약할 수 없었다"고 한숨을 토했다.
지난 20일 카이스트 교수로서는 마지막 강단에 선 안철수 교수는 "벤처가 먹고 생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평소 지론인 생태계론을 강조했다. 벤처 2만7000개 시대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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