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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천재성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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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케이프, 백남준의 걸음으로' 7월 3일까지

계단에 앉아 있는 백남준, 1963, 만프레드 몬트베,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계단에 앉아 있는 백남준, 1963, 만프레드 몬트베,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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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이나래(전시컬럼니스트)] 강판 위에 그려 넣은 모니터, 정원 군데군데 나동그라진 것처럼 위치한 TV화면, 거북선 모양으로 쌓인 TV 화면 안에서 돌아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백남준. 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모두 백남준(1932∼2006)이 생전 펼쳐낸 것이다. 언뜻 보면 재미있고 뜯어보면 천재적인 작품을 수없이 남긴 백남준의 사후 5주기를 맞아 이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국립미술관이 10월2일까지 백남준 특별전을 열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내년 12월 12일 대규모 전시회를 계획 중이다. 국내에서도 백남준이 남긴 뚜렷한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031-201-8500)에서 7월 13일까지 열리는 '미디어스케이프, 백남준의 걸음으로'가 바로 그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1994년 작 'W3'이 우리를 맞이한다. 어두운 벽면에 설치된 지그재그로 64대의 컬러TV에서는 이미지가 순차적으로 교차한다. 선형적이고 자유자재로 증식하는 영상은 'W3'라는 작품 명이 의미하는 것처럼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대표되는 정보사회의 웹 문화와 미디어 열광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전시실에서는 열대의 정원 군데군데 TV가 설치된 'TV 정원'과 만난다. 관객이 정원 주변에서 숲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작품은 뉴욕 에버슨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휘트니 미술관, 도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세계를 돌며 전시된 대표작이다. 정원 한 가운데에 서있으면 열대의 숲에서 느껴지는 원시적 생명력과 비디오 영상이 가진 리듬감이 만나 마치 생명의 박동 같은 움직임이 탄생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백남준, TV Garden(1974)

백남준, TV Garden(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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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작품 안에 담아낸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다면 작품을 보는 재미가 늘어난다. 현란한 비디오 콜라주와 화려한 캔디 컬러를 사용해 화려함을 강조한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는 '모음곡 212'에는 사실 TV에 의해 지배되고 변화하는 뉴욕의 미디어 풍경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담겨있다. 뉴욕 메트로의 분주한 아침 풍경, 화려한 야경 뒤로는 차이나타운, 재건축 때문에 발생한 도시의 문제점이 교차한다. 1975년 미국의 13번 채널에서 방영한 5분 길이의 영상 30개를 모은 연작이다. '거북선'은 작가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백미. 거북선 모양으로 쌓은 TV 화면에서 다빈치를 발견했다면 작가의 의도를 절반은 파악한 것이다. 백남준은 거북선을 발명한 이순신 장군과 비행기를 가장 먼저 머릿속으로 고안해낸 다빈치에게서 '창의성'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거북선의 영상에 자신의 이미지를 끼워 넣은 작가의 위트까지 더해지면 그의 천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백남준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현재의 환경을 예견한 디지털 유목민의 리더다. 전자 미디어와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아이디어와 이미지가 순식간에 공유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상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이런 모습이 바로 백남준이 떠올린 '미디어스케이프'다. 미디어의 영향력과 인터넷이 만든 정보사회화, 창의성이 강조되는 사회 등을 꿰뚫어본 선구안은 "당신은 아는가? 언제쯤 대부분의 미술관에 TV의자가 놓이게 될지를?"이란 작가의 질문 안에 담겨있다.
거북선

거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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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작품 속에 담긴 그 혜안을 쉽사리 해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주중에는 하루에 2회, 주말에는 3회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박만우 관장은 "최근 주말 가족단위 관람객이 증가하는 등, 백남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전시나 체험프로그램 이외에도 e-book이나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을 알릴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아트센터 1층에 최근 개관한 '백남준 라이브러리'에는 2500여권의 도서자료와 미디어자료를 비롯한 500여건의 비도서자료가 비치되어 있어 관람객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백남준은 디지털 기술이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예견했고 이를 예술로 풀어냈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의 발걸음은 놀랍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보다 훨씬 앞선 미래의 어딘가로 뻗어나가 있다. 디지털 문명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빌어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다가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지도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이나래(전시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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