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말을 인용해 "지난해 후반부터 지속된 유가 급등으로 미국 경제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다른 소비지출과 달리 석유 소비는 미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연간 석유 소비량인 75억 배럴 가운데 절반은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가계 지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수록 미국 내수 시장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소비가 미 경제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그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면 지난해 평균 유가 80달러대가 유지됐을 경우보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면서 "평균 유가가 125달러까지 치솟으면 경제성장률은 1% 포인트 하락하고 150달러에 이를 경우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경제분석업체 경제전망그룹(EOG)의 버나드 바우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고유가 탓에 올해 미 경제 전망치를 3.5%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9%다.
소비자들도 고유가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솔린 가격은 최근 갤런당(약 3.785ℓ) 3.77달러까지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 90센트 오른 것이다.
AP통신과 여론조사업체 GfK가 지난달 24~28일 공동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6%는 가솔린 가격 상승으로 향후 6개월 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71%는 가솔린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소비재 지출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될 수 있으면 차를 몰고 다니지 않겠다고 답한 이는 64%에 이르렀다. 53%는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여름 휴가도 될 수 있으면 가까운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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