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시아블로그] 남대문출장소 한은 ‘나도 자괴감 든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김남현 기자] “노조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장으로서 유감스럽다는 말 정도가 아니라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조직개편과 정기인사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한은 직원들에게 보낸 장문의 글 중 일부다.

그의 글 일부를 좀더 인용하면 “권위와 능력을 전제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여야 성공한다고 하면 너무나 추상적으로 들리나요?”, “외부에 인식이 잘못 형성되어 있다면 이를 교정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독립경영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라고 썼다. 글 말미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한국은행을 더 권위 있고 경쟁력이 높은 중앙은행으로 변모시켜, (중략) 위대한 조직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이의 성취가 가능하며, 단 한 직원도 이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마무리 했다.
김 총재가 전한 장문의 글 속에는 한은과 한은 조직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묻어난다. 다만 한가지 핵심적인 부문에 대한 판단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바로 한은 독립성에 관한 문제. 한은이 기획재정부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현실을 김 총재 혼자만 모르는듯 싶다.

김 총재에게 묻고 싶다. 한은도 정부라는 총재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일주일에 한번씩 청와대에 동향보고를 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나요? 금리결정을 앞두고 MB에게 보고하고 윤허를 받는다는 소문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라고 말이다.

조순 전 한은 총재는 수년전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한은 독립성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총재 여러명의 목이 날라가야 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은 독립성을 강조한바 있다. 조 전 총재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김 총재 자신이 말한대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더 권위 있고 경쟁력이 높은 중앙은행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단 한 직원도 이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은출입 기자로서 한은이 남대문 출장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를 계기로 한은 독립성을 위한 김 총재의 ‘배전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김남현 기자 nhkim@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