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파레토 개선'이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해 이를 충족하는 정책을 발견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정책의 피해자가 전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격함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좀 더 완화된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한다. 특정한 정책의 수혜자들이 얻는 이득의 총합이 피해자들이 입는 손해의 총합보다 크다면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파레토 보상기준'은 피해보상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지는 않지만 피해보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피해자의 손해를 적절히 보상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정책변화에 저항할 것이므로 우리는 40원의 순이득을 얻을 수 없다. 환경변화 또는 정책변화에서 나타나는 피해를 실제로 보상할 때 비로소 우리는 '파레토 보상기준'을 통과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을 파악해 파레토 보상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우리는 환경변화와 정책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수많은 이익과 손해들을 묶어 일률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경제적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패자가 될 위험을 대비해 승자가 패자를 일률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합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계약하에서는 매번 구체적으로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파레토 보상기준'을 수용할 수 있다.
복지국가의 범위와 내용 그리고 그 강도는 개별 국가가 처한 외부환경과 내부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레토 보상기준'에서 출범한 '집합적 위험분담'은 복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가 돼야 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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