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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갈수록 그립습니다..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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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2주기 추모연극 '바보 추기경'으로 추모열기 잇는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2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 청년회관 CY씨어터에 모인 190여명의 사람들 눈가에 눈물이 젖어들었다.
"백신부야, 나의 발을 좀 씻겨주었으면 좋겠구나. (백 신부가 발을 씻기려 몸을 숙이자) 주님, 우리 백신부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연극 '바보 추기경'에서 '그'의 역으로 분한 배우의 대사가 이어지자 사람들은 2년 전 선종한 그가 다시 살아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21살 때 어린 아이 두 명을 죽이고 수십 명을 다치게 한 이른바 '여의도 차량 질주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 1997년 사형대에 서야했던 우리나라 마지막 사형수 김용제가 할아버지라 부르며 따르기도 했던 그는 바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다.
사형수, 성매매 여성, 나병환자, 철거민을 비롯한 절망에 빠진 모든 이의 벗이었던 김 추기경의 삶을 두고 이어령 선생은 '가슴으로 느낀 사랑을 발로 실천한 분'이라고 했다.

김 추기경은 1968년 서울 대교구장에 임명될 때 내세운 사목 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대로 한 평생을 '모든 이를 위한 삶'을 사는 데 바쳤다. 성매매 여성들의 쉼터를 찾아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는 그녀들에게 손수 담뱃불을 붙여준 일화나 사형수들을 만나 참회를 돕고 그들의 사형 집행을 막으려 노력한 일화는 유명하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김 추기경님은 나랑 정말 많이 다른 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단 한 번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고민해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김 추기경님을 연기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연극 '바보 추기경' 공연이 열리는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만난 배우 우기홍씨(김 추기경 역)는 연극 준비과정에서 느낀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바보 추기경' 연극을 준비하는데 5개월이 걸렸다"면서 공연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사랑'을 몸소 실천한 그 분의 삶을 2시간짜리 연극에 담아낸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극 '바보 추기경'의 한 장면. 김수환 추기경 역을 맡은 배우가 기도를 하고 있다.

연극 '바보 추기경'의 한 장면. 김수환 추기경 역을 맡은 배우가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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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용성씨(보좌신부 역)는 "김 추기경님을 모셨던 비서수녀님이나 간병인 등 많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분을 추억하는 분들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느꼈다"면서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게 존경할만한 분으로 남은 김 추기경님의 삶을 담아내야했기에 준비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1935년 13살 나이에 어머니한테 등 떠밀려 소신학교에 입학한 뒤 30살에 사제가 돼 1969년 최연소로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 김 추기경의 삶을 그린 '바보 추기경'은 배우들이 2개월 동안 김 추기경을 아는 사람들과 만나 많은 얘기를 듣고 깊은 고민을 거쳐 무대에 오른 연극인만큼 '모든 이의 벗'으로서 '사랑'을 실천한 그 분의 삶을 고스란히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딸에게 김 추기경이 살았던 '사랑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려 함께 연극을 보러왔다는 이순자씨(42)는 이날 공연이 끝난 뒤 "사형수나 성매매 여성과 같이 아무도 찾지 않는 이들의 곁에서 '사랑'으로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김 추기경님을 기리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고 사랑,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막을 올린 '바보 추기경'은 그간 관객 점유율이 80%에 달할 만큼 연극계에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공연을 지켜 본 관객들은 16일로 김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는 지금 그가 우리에게 남긴 '사랑으로 사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계기가 되기를 한결같이 소망했다.

가톨릭 문화기획 IMD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 연구소 등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5월 30일까지 서울 가톨릭 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열린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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