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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나가던 '오리엔트시계'는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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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크래커' 국내 시계산업, 국내시장 점유율 갈수록 줄어
국내 최초·최대 시계업체 오리엔트, 지금은 적자회사로
로만손·아동산업 등 수출주력기업, 틈새시장으로 활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오리엔트'가 시계의 대명사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는 9시 뉴스나 주요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보를 도맡았다. 졸업·입학선물로 오리엔트 손목시계만한 게 없을 정도였다. 마흔이 넘었다면, '오리엔트시계가 9시를 알려드립니다'는 멘트가 낯설지 않을 것이며, '갤럭시'라는 이름을 보고는 휴대전화보다는 손목시계를 먼저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초'가 사라진 국내 시계업계=국내 최초이자 70, 80년대 최대 시계업체로 이름을 떨치던 예전의 오리엔트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바이오기업에 인수된 후 2005년 다시 모회사에서 분할됐고 그 이듬해 95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09년 44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분할 후 몇해간 조금이나마 이익을 내던 회사는 지금은 한해 수십억원씩 적자다. 오리엔트는 이미 80년대 초 900억원씩 매출을 올리던 회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이빨 빠진 호랑이'로 여겼는데 이젠 '고양이'로 취급하지도 않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오리엔트의 몰락은 국내 시계산업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80년대 삼성, 대우 등 대기업까지 진출할 정도로 호황이던 국내 시계산업은 이후 시장개방과 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위축됐다. 유수 해외브랜드와 제휴하며 시장에 안착하는듯했던 삼성도 결국 9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다 결국 1998년 퇴출기업으로 지정해, 그룹에서 분리했다. 그나마 내수보다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한 제이에스티나 , 아동산업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국내 브랜드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국내 시계제조업계 위상은 떨어졌다.

◆국내시장 비중 60%→20%대로 줄어=국내 시계 관련 산업 종사자단체인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과 관세청이 조사한 수출입 통계 등을 종합하면 2005년 1조120억원 수준이던 국내 시계시장은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2008년까지 7000억원대 중반까지 줄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9년 다시 1조238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2005년 6000억원이 넘던 국내생산량은 이듬해 5690억원으로 줄었으며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2800억원대로 5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2005년까지만 해도 60%가 넘던 점유율은 불과 4년 만에 20%선으로 감소했다.

국내생산량이 줄었음에도 전체 시계시장이 큰 건 해외수입이 그 이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5년 4000억원 남짓이던 해외수입액은 2007년 처음 국내생산액을 앞질렀으며 2009년에는 전년 대비 두배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시계 전체 수입중량이 줄었음에도 금액이 늘어난 건 스위스 등 유럽 고가 브랜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지난 10월까지 수입금액이 지난해 전체보다 많은 만큼 국내생산액과 수입금액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붕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유럽의 고가 하이엔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데다 중국 등 인건비가 낮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이 초저가시장을 형성해 국내 업체들의 생산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틈새시장 통해 활로모색=침체일로에 있던 국내 시계산업이 최근 들어 활로모색에 집중하는 건 '이대로 가다간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완성품 및 각종 부품제조업체 70여곳으로 구성된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지난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생산설비 공동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진행하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공장, 연구소 등 각종 생산설비를 공유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걸 주목적으로 한다. 이르면 오는 2012년 초쯤 사업을 완료해 바로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중동, 아시아 등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도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는다. 특히 국내 시계산업 경쟁력이 품질이나 디자인에 있다고 판단, 패션시계 같은 중저가 제품을 통해 해외시장을 넓힌다는 목표다.

김 전무는 "유럽산 고가 브랜드나 중국 저가 제품은 직접 경쟁상대가 아니다"며 "이란, 사우디 등 중동이나 대만 등 아시아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만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인 패션시계를 적극 개발해 시장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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