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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짜리를 1조로 만드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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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의 대박과 쪽박사이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예상 수익이 나오는 ‘딜’은 재미가 없습니다. 석유개발이나 이름도 외우기 힘든 바이오사업들이 대박을 안겨주지요.”

몇해전 게임회사를 우회상장시킨 인수합병(M&A) 전문가가 그 딜에서 수익을 별로 내지 못했다며 한 말입니다. 게임회사의 경우, 엔씨소프트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등 상위 회사들이 이미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어 우회상장을 시키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주가가 오르는데 한계가 있는데 비교대상이 없는 자원개발이나 바이오업체들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땅속에 묻혀 있는 석유와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항암제나 줄기세포 치료제는 100억원짜리 회사를 1조원짜리 회사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전문가는 “우회상장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FI(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땅속의 석유를 개발하고, 항암제가 실제 개발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몇 달 후 차익실현을 할 시점에서 얼마나 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느냐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코스닥에 해외자원개발 열풍을 일으켰던 헬리아텍과 중앙아시아 광물개발 바람을 일으켰던 에이치앤티는 한때 시총 1조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는 헬리아텍에 50억원을 투자, 불과 6개월만에 10배의 수익을 내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코스닥에선 너도나도 자원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는 진풍경이 일어났습니다. 2007년 중반엔 코스닥 상장사 전체의 1/4 가량이 사업목적에 자원개발업을 추가할 정도였습니다.
바이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4년 황우석 박사 덕에 한차례 바람이 불었던 바이오 테마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차바이오앤의 우회상장, 그리고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로 다시 황금기를 맞았습니다. 줄기세포나 바이오시밀러 얘기만 나오면 연속 상한가는 기본이었습니다. 1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들도 적잖았습니다.

어쩌다 운좋게 이런 종목들을 미리 보유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란 게 참 돈벌기 쉬운 곳이구나”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란게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닙니다. 기대감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주식들의 말로는 비참합니다. 헬리아텍은 지이앤에프란 이름으로 바꾼 후 이미 퇴출된 지 오래입니다. 한때 1조4000억원대까지 갔던 에이치앤티의 시총은 2년반이 지난 지금 200억원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2005년 황우석 박사 열풍에 우회상장했던 제넥셀은 이번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입니다. 거래정지 전 주가는 2005년말 최고가의 1/10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비슷한 시기, 인공간을 만든다며 우회상장한 헤파호프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방 된다는 미국 FDA 승인은 4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이 사이 이런 저런 재료를 내놓으며 300억원 가까이 시장에서 자금도 조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최근 관리종목으로 편입됐습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까지 가면서 주가는 아직도 추락 중입니다. 24일 995원으로 마감된 주가는 2006년 고점의 1/30도 안됩니다.

재료가 뜨기 전 미리 투자했던 큰 손들은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겠지만 뒤늦게 따라붙은 일반 투자자들은 그만큼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손절매 타이밍도 놓친 개미 투자자들이 모여 최근엔 이들 한계기업의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기도 합니다. 최근 상장폐지된 코어비트는 FCB파미셀을 우회상장시킨다는 재료로 지난해 반짝 상승을 했던 기업입니다. 시쳇말로 이 회사에 물린 투자자들이 뒤늦게 연대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 참여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 소액주주 운동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시장에서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때까지 총 56개 기업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자원개발과 바이오를 비롯한 각종 테마에 한번씩은 엮였던 회사입니다.

땅 속에 있는 석유가, 용어도 생소한 각종 바이오 신약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줄지 알기란 사실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주가를 띄우는 재료로 잘 활용됩니다. 하지만 실체없이 급등한 주가는 제자리를 찾기 마련입니다. 최근 퇴출명단에 오른 기업들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친 기업들입니다. 거품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워런 버핏이 시장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이 잘 아는 업종, 기업에만 투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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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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