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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하는 '봉이 김선달'식 회사 인수 피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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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자신의 돈은 전혀 투자하지 않은 채 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피해를 주는 이른바 '봉이 김선달'식 회사 인수에 따른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도 꾸준히 범인들을 검거, 단속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전에 방지하기는 역부족이다.
특히 이들은 사채로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으로 다시 사채를 갚아 사실상 돈 한푼 없이 회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회사 돈을 제 돈처럼 빼내 써 기업 입장에서는 눈을 뜬 채로 당하고 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무자본으로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인 K사 자금 330억원을 횡령해 인수대금으로 사용한 김모(4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횡령)로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지난 5월 K사의 경영권 및 대주주지분을 420억원에 인후하면서 사채자금 90억원으로 대금 일부를 지급해 경영권 확보 후 B항공사 지분 30% 인수를 핑계로 현금 330억원을 빼내 인수대금으로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330억원 유출이 회계감사에서 적발되자 지난 8월께 자금 145억원이 회수된 것처럼 입금자료를 허위로 조작해 회계감사법인 및 금융감독원에 제출해 회계 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B항공사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30% 지분권자로 행사하면서 직접 회계법인의 가치평가를 받은 후 그 평가에 따라 지분대금 330억원을 제공받는 것처럼 꾸몄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에도 검찰은 코스닥에 등록된 건설업체 IC코퍼레이션과 IT업체 코아정보시스템의 실소유주 윤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디지털카메라 콘텐츠 업체인 디시인사이드 대표 김모씨를 불구속기소하고, IC코퍼레이션 전 대표 김모씨와 전 이사 석모씨를 수배했다.

윤씨는 2006년 11월 디시인사이드가 IC코퍼레이션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 등을 통해 500억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187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대표 김씨는 이 과정에서 70억원을, 불구속기소된 김씨와 석씨는 200억∼3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윤씨 등은 100억원대 사채를 끌어다가 디시인사이드 최대주주가 된 뒤 디시인사이드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 건설업체인 IC코퍼레이션을 사들이고, 다시 IC코퍼레이션 자금 등으로 코아정보시스템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후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성한 뒤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대여, 물품공급 계약 명목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특히 사채로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 돈으로 다시 사채를 갚음으로써 사실상 돈 한푼 없이 회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회사 돈을 제 돈처럼 빼내 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2006년에도 검찰은 허위 개발정보를 알려주고 토지를 판매한 뒤 매매대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 S사의 실장 김모(32)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평창 동계올림픽 등 건설 호재가 많은 땅이 있는데 펜션 부지로도 적합하다"고 홍보한 뒤 땅 구매의사를 밝힌 피해자 7명으로부터 임야 매매대금 4억8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해당 임야는 펜션이나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없는 곳이었으며 S사는 이 지역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영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S사는 통상의 기획부동산 업체와 달리 회사 자금이 전혀 없이 땅을 판매하고 고객들에게 받은 돈으로 원지주에게 뒤늦게 땅을 구입하는 방식을 썼다"면서 "이른바 '봉이 김선달식' 판매방식을 취해 죄질이 중하다"고 전했다.

2005년에는 국가소유의 특허권을 자신의 것인양 특허출원 한 뒤 이를 이용해 주식 수억원 어치를 받은 혐의로 S대 교수 최모(62)씨가 불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최씨는 1995년 국가기관인 에너지자원기술 개발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대체에너지 기술개발과정에 위탁개발자로 참가해 국가소유로 지정된 기술을 자신의 것인 것처럼 특허 출원한 뒤 한 벤처기업에 넘겨 스톡 옵션으로 주식 9억500만원어치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에는 무일푼으로 인수한 코스닥 기업에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회사를 부도내거나 퇴출시켜 소액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게 하는 사례가 잇따르기도 했다.

검찰은 인수ㆍ합병(M&A)을 빙자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AMIC, 이스턴테크놀로지, 사이어스, 삼화기연, 코리아링크 등 5개 코스닥 등록기업의 대표 및 실질 소유주를 구속기소했다.

AMIC의 실질적 대표인 이모(35)씨는 외부자금을 동원,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회삿돈을 은행에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제3자 명의로 대출받아 가로채는 등 78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지점장 허모(46)씨는 이씨와 짜고 허위 금융거래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횡령을 도와준 뒤 고급승용차와 금품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화기연 전 회장 이모(52)씨는 지난해 9월 사채를 동원해 삼화기연을 인수한 뒤 회사돈 27억원을 횡령하는 바람에 인수당시 주가 2000원대의 견실한 기업이던 삼화기연은 주가가 200원대로 떨어져 결국 코스닥등록 취소 등 퇴출의 길을 걸었다.
 
또 코리아링크 대표 박모(44)씨는 개인회사에 자본금 총액의 7배에 달하는 444억여원을 부당 지원, 흑자이던 코리아링크를 결국 부도가 나도록 해 소액투자자들에게 1379억원 상당의 피해를 끼쳤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사이어스 전 대표 이모(50)씨는 자신의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은 채 인수를 앞둔 사이어스의 자금으로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뒤 또다시 회삿돈을 횡령하고 다시 되파는 '기업사냥꾼'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턴테크놀로지의 실질적 대표 황모(43)씨도 지난 8월 회사인수 자금을 갚으려고 회사 정기예금 24억원을 횡령하고 회사 이사회 회의록 등을 위조해 79억원 상당의 어음을 발행,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 매출이 400억원에 달하고 재무구조도 건실했던 이스턴테크놀로지는 황씨의 횡령으로 '부도설'에 시달리다 코스닥 등록 취소 위기에까지 몰렸다.

역시 2004년 기업인으로 변신한 뒤 회삿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주가조작에까지 관여해온 조직폭력배 두목들이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검찰은 서방파 부두목 출신 이석권(53)드림랜드 회장과 양은이파 부두목 출신 강영신(47) 모 건설회사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1999년9월 드림랜드 이모 회장의 회사에 대한 가수금15억원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회사를 인수했다.

이씨는 회사 인수 당시 회사자금을 인출, 가수금을 갚았다. 돈 한푼 안들이고 직원 200명이 넘는 회사를 손에 넣은 셈이다.

경영권을 차지한 이씨는 회삿돈을 자기돈처럼 사용했다.

이씨는 무려18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해 개인 빚을 갚거나 타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는데 쓴 것도 모자라 회사자산을 타법인 명의로 돌리는 등 100억원 가량의피해를 회사에 끼쳤다.

이씨 인수 직전 자본금 72억원에 부채비율 457%로비교적 견실했던 드림랜드는 불과 1년반만에 자본금 21억원에 부채비율 1556%의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뒤 2001년 2월 끝내 부도를 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서울 강남 R호텔 지하에 불법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며 3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그는 또 검찰 내사자에게 사건 무마를 약속하며 2억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모든 재산을 철저하게타인명의로 관리, 재산국외도피죄로 1999년6월 법원에서 선고받은 7억6000여만원의 추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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