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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6인의 인생 이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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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어야, 해법을 찾아 나섭니다.
땅덩이가 넓은 나라에서는 2모작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땅 저 땅 옮겨가면서 작물을 재배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땅덩이가 좁은 나라는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2모작 기술이 발달합니다. 2모작 기술을 배우러 호주에 갔던 (주)이장의 임경수 대표는 2모작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호주의 교수가 “2모작 기술을 배운 곳이 한국인데 한국 것을 배우러 호주까지 왔느냐”며 신기해했다고 전해주더군요.

땅이 넓은 나라 사람에겐 2모작에 대한 고민이 필요치 않습니다. 2모작은 땅이 좁은 나라에서나 발달하는 개념이지요.
인생 이모작이란 표현 들어보셨나요?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고령사회는 인생 또한 이모작이 필요하다고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장년까지의 사회생활이 인생의 첫 수확이라면, 아직 힘이 있는 건강한 노년기에도 수확을 거둬야한다는 즉 계속 활동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년기가 길어졌는데, 한 번의 수확으로 생산 활동을 끝내고, 긴 시간을 사회의 짐으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며칠 전 6명의 전문직 퇴직자의 인생 2모작 이야기를 담은 <고마워라 인생아>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대한생명 후원으로 전문직 퇴직자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팀이 기획하고 경향신문사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40대부터 조기 퇴직으로 내몰리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생 이모작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령사회의 새로운 해법처럼 느껴져 궁금하기만 합니다.

책에 소개된 6명의 인사말 중 인상적인 것이 ‘미안하다 인생아~’ 라는 얘기였습니다. 이대로 멈추기에 자신의 인생에 미안함이 깊어 제2의 도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결국 땅이 좁아 이모작이란 경쟁력을 찾아냈듯, 살아온 날들에 미진함이 남아, 그 결핍이 또 한번 삶을 경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섯사람의 인생 이모작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현재 달팽이건설의 상임이사로 재직 중인 51세의 박영규씨는 건설회사에 재직했던 1라운드의 삶은 ‘눈치 밥과 스트레스의 25년’이었다고 말합니다. 대다수 남자들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 직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부모 역할 등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간이었던 것이지요.

퇴직을 앞둔 어느 날, ‘노부부가 사는데 얼마만한 돈이 필요한가’를 계산해 보니, 시골에 살면 월 70여만원 정도, 도시 생활이면 110만원이면 된다는 결론을 냅니다. 국민연금이 100 만원이상 나오니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50부터 75세까지 인생 제3기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시기라고 그는 말합니다.

현재 그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달팽이건설은 건설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삶의 질 개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협동공동체 성격의 건설업체입니다. 건설비용을 최소화해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신개념의 건설업체인데, 전문 경영인력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의 뜻에 동참한 박영규 이사가 이를 선뜻 수락한 것입니다. 경영뿐 아니라 현장 근무까지 마다하지 않는 박 이사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75세까지 현역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전 조흥은행 상무를 역임한 한석규씨는 은행 퇴직 후 나름대로 충실했다고 생각했던 삶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자서전을 쓰려고 보니 정작 해놓은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입행 동기생이었던 지인의 퇴직 후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과 평소 뜻이 잘 맞던 장인이 갑작스레 돌아가시자 그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음을 절감합니다.
그는 바로 전문직 퇴직자들의 교육과정인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의 문을 두드리고, 과정을 다 마친 후에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자원봉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른 퇴직자들과 좀 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희망도레미라는 비영리 단체를 결성합니다. 그는 이제부터 또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PD를 지낸 59세의 홍순호씨는 현재 울진에서 솔마음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골 생활을 통해 얻게 된 것은 젊음과 행복한 부부관계라고 합니다.
동네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상여를 메는 1순위가 아주 젊은 50대인 그의 몫이라고 합니다.
지역의 고령화로 인해 그는 그곳에서는 청년이고, 그의 아내는 새댁으로 불려진다고 합니다. 그는 귀농을 결심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그럴듯한 전원주택부터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뒤늦게 생각하니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집을 지은 것이라며 새로 귀농하여 이주한 사람들에게 절대 집을 짓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그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대부분 집에 대한 투자는 귀농자에게 후유증으로 남더라고.
서울에서의 생활은 만사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 귀농 후 배운 것은 오로지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통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깨우침이었다고 합니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살 수 있는 농촌의 고령사회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그는 믿습니다.

여섯명 중 유일한 여성인 최혜정씨는 현재 49세. ‘세이브더 칠드런’이라는 비영리기구의 기획부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한때 잘나가는 광고전문가 였습니다.
그녀는 40대 전문직 여성들이 제2 인생을 사회봉사 차원에서 설계한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 가지는 자신의 경우처럼 40대에 비영리기구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원숙함, 네트워크를 통해 비영리기구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보수는 적어도 능력을 발휘하며 20년 정도 활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기존 직장에서 착실히 돈을 저축하다 50대 중반에 퇴직하고 비영리기구에서 자원봉사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의 돈을 쓰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주)혜성정보교육 대표이사를 지낸 62세의 정하택씨는 현재 경기도 여주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월급은 이전 직장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그는 봉급 액수를 생각하면 이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가끔 식당 등에서 관공서나 기업체의 상사와 부하들이 어우러져 회식을 하는 것을 보면 멋있고 부러울 때도 있지만, 퇴직 후 무료한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얻게 됩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그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나의 과거는 잊어야 한다. 힘도 젊은이 못지않게 써야 하고, 뚝심도 가져야 한다. 어설픈 생각으로는 결코 그들을 당할 수가 없다.” 나이들었다고 봐주기를 바라는 것은 금물, 동등하게 경쟁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중앙부처 공무원을 역임한 71세의 박종학씨는 현 환경운동연합 (사)시민환경정보센터 기획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퇴직 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늙은이로부터는 돈이 도망을 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회에 나가면 연금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마음을 갖고 욕심을 부리지 말았으면 한다며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회에 새롭게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퇴직 후 제2인생을 살려면 직장에 다닐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특기를 하나쯤 살려 두어야 한다며 자신 또한 카메라에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행복한 생활은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들에겐 6가지 인생 이모작 비결이 있었습니다.

1. 전직을 잊어라
2. 젊어서부터 준비해 두어라
3 젊은 사람에게 철저히 맞춰라
4. 예우를 바라지 마라
5. 머뭇대지 마라
6. 돈 욕심은 금물이다

그들을 보면 동년배들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고, 건강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노년기가 길어진 고령사회, 그들은 인생 이모작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그 해법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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