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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참 경영자 = 멋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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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물들고 있습니다. 올해 단풍은 어느 해보다 색깔이 곱다고 합니다. 계절은 지겨울 만하면 바뀌는데 우리네 인생살이는 크게 변하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계절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가지만 세상은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불투명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때문일까요, 이 시대 아버지들은 ‘아버지로 산다는 것’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CEO로 산다는 것, 임원으로 산다는 것,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선 고민하면서 유독 아버지로 산다는 것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덧 ‘아버지‘란 존재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가정에도 버림받는 존재가 돼 버린 것입니다. ’아버지와 닮은 남편과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한 여대생이 17.9%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는 아버지의 초라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이 아버지의 존재를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능한 경영자, 능력 있는 임원이 될 것을 강요받다 보니 아버지로 산다는 것을 고민할 시간이 없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능한 경영자와 멋진 아버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일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아버지로 산다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에서 진정한 성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샌더플롬이 쓴 〈100마일의 산책〉에는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EO 아버지와 사업을 막 시작한 36세 아들이 100마일을 여행하며 나눈 진솔한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CEO가 아닌 아버지는 여행을 통해 사람을 이끄는 방식에서부터 목표의 중요성, 리더가 지녀야할 인격, 미래를 읽는 시각, 실행을 위한 추진력 등 9가지 경영조언을 해줍니다.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은 경영이야기 이전에 인생이야기입니다. 멋진 아버지이기 때문에 들려줄 수 있는 삶의 지혜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멋진 아버지’가 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태도가 바뀌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아버지도 많습니다.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반’이라는 말처럼 가정을 지켜나가는 건 외롭고 힘든 싸움입니다.

아버지들이여! 힘들 때 울어버리십시오. 나약함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는 눈물은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눈물을 참으면 스트레스가 된다는 의학적 연구도 있습니다. 또한 눈물은 마음의 출구입니다. 눈물을 흘릴 때 마음이 열립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눈물은 인정의 발로이며 인간미의 상징이다. 눈물 내리는 마음이 독재자들에게 있었더라면, 수억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라크와의 1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슈워츠코프 장군은 ABC방송과의 대담에서 사회자가 “미국의 가장 큰 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이라크 같은 외부의 적이 아닙니다. 눈물 없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미국의 가장 큰 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남자에게서 눈물이 없어지면서 가정과 직장과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눈물을 흘립니다. 하나님의 어깨에 기대어 웁니다. 많이 울죠. 그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정말로 셀 수 없이 울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눈물을 흘릴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아버지로서의 나’를 찾아 떠나보시지 않겠습니까. 경영자로서, 임원으로서 사는 것을 잠시 잊고 ‘아버지로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십시오. 자식과 경영, 리더십, 인생이야기를 나누고 대화가 부족했던 아내와 감성경영을 논하고, 다 큰 딸과 수다도 떨어보십시오.
그리고 쓸데없이 강한 척하지 말고 슬프고 외롭고 괴로울 땐 우십시오. 부시 대통령이 하나님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던 것처럼 아내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려보십시오. 눈물을 흘리면 새 힘이 솟고 비전이 보일 것입니다. 이 시대 많은 경영자가 있지만, 멋진 아버지만이 참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되새기십시오.

강혁 이코노믹리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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