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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5월에 부르는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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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안톤 드보르자크의 자장가를 들어보셨습니까.
다 알다시피 자장가는 잠자리에 든 아들에게 어머니가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잘~자라 잘~자라... 부르는 자장가에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조수미가 부른 자장가는 다릅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스런 감정뿐만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조수미는 1절은 사랑의 감정으로 부르고 2절은 그리움의 감정으로 노래했습니다. 조수미가 부른 자장가가 남녀노소 모두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건 이처럼 시공을 초월한 감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5월은 조수미의 마음과 같습니다. 내일은 어린이 날이고 그 후 3일이 지나면 어버이 날입니다. 어린이 날이 드볼작 자장가 1절이라면 어버이 날은 2절입니다. 시인 노천명이 ‘푸른오월’이란 시에는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고 읊은 건 이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아들에게 들려주는 자장가가 ‘아름다운 노래’라고 한다면 그 옛날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자장가는 ‘서러운 노래’로 들리지 않겠습니까.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인생 후반부를 살고 있다니….

5월은 영어로 ‘May’입니다. May는 고대 로마 사람들이 달 이름으로 부르던 Maius에서 따 온 것이라 하지요. Maius란 말은 성장과 번식의 여신인 Maia에게 드린 달이라는 뜻입니다. 5월에는 May Day(5월 축제) 행사가 오래 전부터 영국에서 행하여졌습니다. 5월 1일에는 May queen(5월의 여왕)을 뽑아서 Mayflower(5월에 피는 산사나무의 꽃)를 바치고, 꽃, 리본 따위로 장식된 기둥 Maypole(5월주)의 둘레를 돌며 즐겁게 노래 부르는 축제가 벌어집니다.

삶은 겨울인데 계절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제의 달’까지 왔습니다. 경제레터 독자 여러분! 5월에는 잠시 세상을 잊읍시다. 아들에 대한 사랑,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메말랐던 마음을 녹여봅시다. 특히 어머니에게 듣던 그 자장가를 생각하며 아련한 그리움에 빠져봅시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가르쳐준 그 지혜로 세상을 헤쳐 나갑시다.
시인이며 문학경영연구원 대표이신 황인원씨가 소개한 시 한편을 읽어보시겠습니까.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오세영 <어머니>

이 시에서 어머니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아니 가장 철저하게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목련꽃, 봉선화꽃, 국화꽃으로 변화하더니 육신을 땅에 묻고는 별이고 바람, 그리고 흰구름으로 변화합니다. 그 변화의 힘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한 사랑이었습니다.

경제레터 독자여러분! 아름답고 서러운 오월, 어머니에게 듣던 그 자장가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손자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지금의 삶도 충만해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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