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덥지 못한 美 의존한 안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국방부 장관은 '항공기를 동원해 폭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은 '전면전 준비'도 운운한다. 북의 테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촉즉발의 위기라지만 국민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늘 우리의 허를 찔러온 북한이다.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후 8개월만에 연평도가 포격을 받았다. 북한은 조용히 예상 밖의 새 공격을 또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1968년 1월21일 청와대까지 직접 공격한 북한이다.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그 전 겨울부터 미리 탐지했던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도 북한이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소총과 수류탄을 가진 31명의 '124군 부대' 무장공비가 휴전선을 뚫고 4일만에 서울 한폭판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청와대 기습 이틀 뒤 북한은 미국 해군함 푸에블로호를 원산 앞 공해에서 납치했다. 그때서야 미국은 강경해졌다. 당시 본스틸 주한 미군사령관은 "미군은 이제 가만 있지 않겠다…원산항을 포함한 몇 개의 군사 시설에 폭격을 가할 계획이다"고 미국 방침을 밝혔다. 이를 전해들은 박 대통령은 "아! 기분 좋다. 이거 한번 때려 부셔야 한다. 국방장관, 우리도 준비 합시다"고 했다. (조갑제의 '박정희') 전 군에 비상이 걸렸다. 1ㆍ21사태 다음 날 박 대통령은 유사시 군 운송통로로 활용할 수 있는 경부고속도로 공정계획표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직접 사격 연습하는 사진이 배포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6ㆍ25전쟁 때 미국은 서울 수복 후 38선 이북으로 더 밀고 들어갈 계획을 검토했으나 태도를 바꿨다. 그래서 북진통일을 주장한 이승만 대통령에 미국은 당혹했다. 150만명 양병설을 주장하고 미국에 10억달러의 경제원조를 내라고 큰소리치던 이 대통령은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오랜 망명생활로 외교의 중요성을 아는 전문가였다. 박실은 이승만 외교정책을 '벼랑끝 외교의 승리'라고 이름붙였다. 북한 정권의 대명사처럼 된 '벼랑끝 외교'란 말이 이 대통령에게 쓰였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연평도 사건 이후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한국의 비행기 폭격도 허용한다고 했다. 한ㆍ미공조는 다행이지만 과연 미국은 끝까지 우리의 강경책을 밀어줄 것인가, 의구심도 든다. 한국이 북한보다 재래무기에서 열세이면서 미국 군사력에 의존하는 모양새도 미덥지 않다. 정부가 모처럼 치솟은 국민들의 분노를 결집시켜 안보 강화에 활용하지 못한 채 예산 날치기 통과 등으로 민심을 잃는 게 안타깝다. 준 전시상황이라면서 우리는 '가짜전쟁' 상태에 빠져 있다가 또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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