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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립운동의 운동력은 구전전통에 의한 깨달음

최종수정 2019.02.11 11:20 기사입력 2019.02.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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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독립운동의 운동력은 구전전통에 의한 깨달음

황금돼지해인 올해는 3ㆍ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나라를 잃은 사실에 울분을 토하고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조국의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국민의 마음 가짐은 한결같았을 것이다.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것 가운데 하나는 서울이나 북서 지역 외국인의 기독교 포교 또는 국내 유지(有志)에 의해 설립된 국내외 교육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안창호(安昌浩)와 이승만(李承晩)은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서울에 세운 학당에서 공부하면서 자주독립의 의지를 키웠고 숭실학원(평양)과 신성(선천), 대성(평양), 오산(정주) 및 양산학교(안악)는 독립운동의 진원지가 됐다. 미주 흥사단의 학생양성소, 박용만(朴容萬)의 한인소년병학교, 이승만의 한인기독학원과 상해의 인성학교는 독립운동가의 자녀나 유학생에게 애국심을 고취시켜주는 허브 역할을 했다. 이들 교육기관, 또는 우연히 만난 멘토의 가르침은 대를 이어 구전(口傳)되면서 해방과 6ㆍ25 전쟁 전후 국가 재건의 인재를 양성해냈다.


고아로, 독립을 지지한 신성학교 교장 윤산온(尹山溫ㆍGeorge S. McCune) 교장의 사환으로 일했던 백낙준(白樂濬)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연세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냈고, 장이욱(張利郁)은 미국에서 안창호를 만난 후 흥사단에 입단해 독립운동을 했으며 신성학교 교장과 서울대 총장을 역임하면서 교육 재건에 힘썼다.


독립 운동가였던 신성중 교목 장석인(張錫仁)의 아들 장준하(張俊河)도 독립군으로 활동했고 해방 후에는 잡지 '사상계'를 창간해 비민주적 권력에 항거했다. 신성초 교사였던 이용혁(李龍赫)은 105인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미국으로 망명해 흥사단에 가입, 독립자금을 조달하고 독립기관을 운영했다. 그의 아들 이태환(李泰煥)도 미국으로 망명, 해방 후에는 경성전기주식회사의 대표를 맡으면서 조철호(趙喆鎬)와 정성채(鄭聖采)의 소년척후단을 스카우트로, 수요회(水曜會)를 서울 로터리클럽으로 재가동시키며 국제기구의 승인을 얻어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유일한(柳一韓)은 박용만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고 귀국 후 정직한 기업 유한양행을 창업해 보건 기반 마련에 기여했고 독립을 위한 재미한인군대 창설을 주도했다. 오산학교의 이승훈(李昇薰)과 조만식(曺晩植)의 제자로 숭실대학의 설립자 방위량(邦緯良ㆍWilliam N. Blair)의 비서였던 한경직(韓景職)은 미국에서 수학 후 영락교회를 세우고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영락보린원, 밥 피어스(Bob Pierce) 목사와 함께 국제 월드비전을 설립했다. 한편 한인기독학원 출신인 박에스터는 1952년 서울 길거리 연설 중인 이승만과 조우하게 돼 40년간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의 사무총장으로 여성운동을 위해 국제기구나 미국의 원조를 받아 건물을 짓고 사업을 수행했다. 그녀는 부산 피란 중 최이권(崔以權ㆍ백낙준 부인), 임성의(林性義ㆍ이태환 부인), 이차례(李次禮) 등과 국제부인회를 조직해 외국 대사 부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민간 외교 창구를 구축했다.

교육기관과 멘토의 가르침은 나라를 잃은 세대에게 광복의 꿈을, 폐허의 전쟁터 위에 선 세대에게 조국 재건의 꿈을 주었다. 또한 많은 노력을 세계무대에 재등장하기 위한 민간 외교에 쏟았다.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구전전통(oral tradition)의 통로가 돼야 하며 풍족해진 듯하면서도, 고용 기회가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낙담한 N포 세대에게 어떤 꿈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방된 사회 조성과 국력의 신장을 꾀하면서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역시 영원한 숙제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3ㆍ1운동 100주년이 미래를 준비하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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