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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새해 결심, 바른 언어 쓰기

최종수정 2019.01.09 11:30 기사입력 2019.01.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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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새해 결심, 바른 언어 쓰기
새해엔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정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두툼한 새 다이어리를 장만한 나도 첫 장을 펼치며 올 한 해를 보낼 새로운 결심을 써보기로 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마흔 살부터 매년 1%씩 근육량을 잃어버린다는데 지금이라도 하루 1시간씩 꾸준히 운동해서 달아나는 근육량을 조금이라도 붙들어 볼까? 머지않아 정년이니 줄어들 소득에 대비해야 하는데 기분파적인 씀씀이 습관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게 금전출납부라도 써볼까? 긴 대사를 외워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들 가운데는 치매를 앓는 이가 없다는데, 대본은 못 외워도 일 주일에 한 편씩 장 시 외우기라도 해볼까? 젊은 시절부터 꼭 해보고 싶었지만 사는 게 바빠 여태 엄두도 못낸 드럼 연주나 시작해 언젠가 죽더라도 여한이나 없게 할까? 아니면….

갖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떠다녔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이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 해보고 싶은 것임은 틀림없으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나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하는 일을 두고 '새해맞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조금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나의 내부에 머물러 있던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세밑을 어지럽힌 사건들은 새해가 되어서도 한 발자국도 진전하지 못한 채 여전히 맴돌고 있다.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일탈인지 민간인 사찰인지, 국채발행을 둘러싼 한 사무관의 폭로가 청와대의 압력인지 조율과정인지 분명하지 않다. 어디 정치권뿐이랴. 막무가내식 욕설과 구타를 자행한 갑질 회장인지 회사에 손해를 입힌 데 대한 분노의 폭발인지 알쏭달쏭하기는 문제 기업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분명 하나일 터인데 그 하나를 알기가 너무나 어려운 세상이 돼 버렸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던 독재 시절에도 언론은 행간에 의미를 부여해 '맥락의 다빈치 코드'로 진실을 알리려 애를 썼건만, 수천 개의 언론사에 개인 유튜버까지 언론플랫폼들이 하루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요즘 세상에서는 역설적으로 진실의 창이 갈수록 흐릿해지기만 한다. 서로 비슷한 이들끼리 끌리게 마련인 인간의 본성에 기름칠하듯 '우리 편 모여라'만을 소리 높이 외치는 확성기 세상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나눌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공염불처럼 느껴지는 디지털 시대이지만, 지난날과 다름없이 진실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누구에게나 변함없을 터. 그렇다면?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비로소 마음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새해 나의 결심도 덩달아 또렷해졌다. 디지털과 언어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카오스적 혼란을 진정시킬 수 있게 노력하자. 나는 다이어리를 펴고 적기 시작했다.

첫째, SNS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지인들이 건네주는 소식이라 하여 무조건 믿고 퍼나르지 않기.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소식을 전달할 때는 출처가 확실한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를 반드시 검토하기. 확인할 수 없다면 전달하지 않기. 사실이 아닌 것, 해석의 오류가 있을 때는 그냥 넘기지 말고, 정중히 지적하기.

둘째, 고운 말과 바른 언어 쓰기. 갈수록 인플레이션 되는 자극적 언어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 버리기. 젊은 세대와 소통한답시고 그들을 흉내내 일부러 철자를 틀리거나 약자를 쓰지 않기. 언어가 사회현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언어가 그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하기.

정월이다. 독자 여러분은 2019년 한 해를 다짐하는 어떤 결심을 하시는지?

홍은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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