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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21> 명의를 만날 수 있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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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치명적인 불치병에 걸려 죽음 바로 앞에 섰을 때 명의를 만나 목숨을 구하고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행운이다. 사람들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으면 그 병을 잘 치료한다고 소문난 명의를 생각한다. 췌장암에는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 폐암에는 또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가 명의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이따금 만나게 된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방송사의 ‘명의’라는 프로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어떤 의사는 다른 의사들보다 차원이 다른 치료를 한다고 인정받으며, 자신이나 가족이 그런 질병에 걸렸을 때 그 명의의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아플 때 허준이나 편작, 화타를 만나는 것은 환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질병별로 명의를 파악하여 비상시에 치료받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명의도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소문난 의사한테 진료를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운 좋게 명의를 만나 치료 받아도 아직까지 낫지 못하는 질병은 많다. 명의라면 흔히 만날 수 있는 의사들보다 어느 정도 좋은 치료성과를 보이겠지만, 현대의학의 지식은 대부분 공유하기 때문에 명의와 명의가 아닌 의사와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클 수는 없다. 현재의 의학지식이나 기술이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의의 치료성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 명의가 줄 수 있는 행복이 제한적이라면 또 다른 명의를 찾아보면 어떨까?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그는 모든 사람들의 몸 안에 의사가 있으며 모두의 몸 안에 있는 의사, 곧 자연치유력이 질병을 낫게 하는 최고의 능력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낫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연치유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몸에 생기는 여러 가지 상처, 음식이나 호흡을 통해 수시로 몸 안에 들어오는 해로운 물질과 세균, 매일 생기는 수천 개의 암세포, 세포 속 수십만 개 DNA의 손상 ? 이런 문제들은 의사의 도움 없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 자연치유된다.

이처럼 우리 몸 안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수많은 자연치유 현상은 유전학과 후성유전학의 발전으로 우리 몸속 세포 안에 있는 유전자가 하는 일임이 모두 확인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하는 자연치유력이나 의사가 모두 유전자의 형태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된 오늘날, 이제 우리 몸속 세포에 들어있는 유전자가 최고의 명의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그리고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우리 몸속에는 자연치유력, 곧 최고의 명의가 존재하는데 왜 우리는 수많은 질병에 걸려 고생할까? 히포크라테스는 우리 몸 안에 있는 의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명의의 일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고 망가뜨리며 살아간다. 최고의 명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짝퉁 명의인 인간 의사를 찾아가 고쳐주기를 기대한다.

몸 안에 사전 준비되어 있는 완벽한 명의가 확인된 이상, 이제 우리의 관심은 불완전한 인간 명의를 만나는 것보다는 몸 안에 준비되어 있는 최고의 명의인 완벽한 유전자의 존재를 깨닫고, 그의 일을 돕는 일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일시적으로는 인간 명의의 도움을 받을지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세포 속의 명의, 곧 유전자의 회복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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