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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보이지 않는 우주의 지배자

최종수정 2017.02.01 10:39 기사입력 2017.02.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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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여 있는 ‘코마 은하단’에 있는 은하들의 속도를 측정하여 그 은하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관측된 빛을 이용하여 코마 은하단 은하들의 전체 질량을 구해서 그 은하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 중력을 계산했다. 츠비키는 코마 은하단에 있는 은하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이 은하단의 중력이 붙잡을 수 있는 한계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이 은하들은 모두 이 은하단의 중력을 벗어나 멀리 달아났어야만 했고 은하들이 모여 있는 은하단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은하단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츠비키는 은하단 내에 은하들 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많이 있고 이 물질들의 중력 때문에 은하들이 달아나지 못하고 잡혀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물질에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이 주장을 발표한 것은 1933년이었다.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 밖에 있는 외부은하라는 사실이 밝혀진 1924년에서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았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1929년에서는 아직 채 5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의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만도 충분히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중력만 가지는 암흑물질이라는 존재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암흑물질에 대한 츠비키의 제안은 거의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잊혀져갔다. 암흑물질이 천문학계에 다시 등장한 것은 약 40년이 지난 후였다.

[사이언스포럼]보이지 않는 우주의 지배자

1970년대에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은하에 포함된 별들의 속도를 측정하여 은하들이 회전하는 속도를 구하였다. 그가 은하의 회전 속도에 대해 연구를 했던 이유는 당시에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와 같은 나선 은하의 별들은 대부분 ‘팽대부’라고 불리는 은하의 중심부에 모여 있기 때문에 질량도 대부분 은하의 중심부에 모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별들의 회전 속도는 은하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질량이 중심의 태양에 모여 있는 태양계의 행성들은 태양에서 가까울수록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멀수록 느린 속도로 회전한다.

그런데 베라 루빈은 거의 모든 은하들이 태양계와 같은 방식으로 회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은하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회전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거의 일정한 속도로 유지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은하의 질량이 중심부에 모여 있지 않고 거리가 증가하면서 함께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은하의 질량은 대부분 은하의 중심부에 모여 있으므로 은하의 바깥쪽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량이 있어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은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량인 암흑물질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베라 루빈의 주장 역시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어진 여러 관측과 이론적인 연구를 통해 점점 힘을 얻었다. 암흑물질의 증거는 은하의 회전 속도뿐만 아니라 츠비키가 처음 주장했던 은하단에서의 은하들의 속도를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밝혀져서 이제 암흑물질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중력을 가지는 물질 중 약 85퍼센트가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우리가 보는 별이나 은하,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대 천문학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암흑물질의 발견은 노벨상을 수상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계속되었고, 실제 노벨상 시즌마다 베라 루빈의 이름은 단골 후보로 거론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베라 루빈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수여하는 노벨상 수상의 자격을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다.

베라 루빈의 죽음을 애도하는 뉴욕 타임즈 기사의 제목은 ‘베라 루빈, 88세에 사망, 천문학과 여성을 위한 문을 열다’였다. 여성 과학자로서 과학계의 여성 차별에 가장 선구적으로, 가장 실천적으로 맞섰던 베라 루빈이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가 여성이었기 때문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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