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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블레싱호 승선記②]심화되는 환경규제…미래전략의 핵심 '스크러버'

최종수정 2019.05.19 05:00 기사입력 2019.05.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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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제주도 남부 해상에서 운항 중인 HMM블레싱호. 선박의 연통부분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지난 10일 제주도 남부 해상에서 운항 중인 HMM블레싱호. 선박의 연통부분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유제훈 기자 kalamal@


[아시아경제 상하이·닝보(중국)=유제훈 기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스크러버(scrubber)'인가요?"


9일 오후 동중국해 공해상을 운항 중인 현대상선 HMM블레싱호(號) 기관실. 엔진이 뿜어내는 열기와 굉음 속에 현대상선이 자랑하는 스크러버가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스크러버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하긴 쉽지 않았다. 컨트롤러, 해수펌프, 본설비, 배기구 등 스크러버를 구성하는 설비 전반을 둘러보기 위해선 비지땀을 흘려가며 사다리를 통해 30m를 수직으로 선내를 오르내려야 했다.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현대상선이 '친환경'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지난 20년이 속도경쟁·선박경쟁의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환경규제와 수익성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해운업계의 생사(生死)를 가를 수 있단 판단에서다.


◆코 앞에 닥친 IMO 환경규제=현대상선이 친환경에 승부수를 건 것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 때문이다. 국제 교역량 증가로 해양오염이 심화되면서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1일부터 전 세계 해상을 운항하는 선박이 배출하는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SOx) 비중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강국들은 자국 연안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IMO 규제 적용에 한 발 앞서 자체적인 환경규제를 이미 적용 중이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영해 밖 12해리부터는 SOx 배출 비중을 0.1% 이하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


조형익(42) 블레싱호 선장은 "중국의 경우 SOx 배출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드론, 열감지 장치 등을 통해 배기가스를 검사하기도 한다"며 "올해도 배출규제를 적용하는 해역을 기존 영해 내에서 영해 밖 12해리로 확대하는 등 매해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에선 이처럼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유황중유(LSFO) 사용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도입 ▲SOx 저감장치인 스크러버 부착을 꼽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LSFO의 경우 기존 벙커C유에 비해 가격이 최대 50%까지 높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LNG추진선은 도입단가가 매우 높고, 기술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측면들이 많아 쉽사리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다.


[현대상선 블레싱호 승선記②]심화되는 환경규제…미래전략의 핵심 '스크러버'

◆'스크러버' 승부수 현대상선=지난 10년간 곡절을 겪었던 현대상선은 이번 환경규제를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해운업계가 2000년대엔 '속도', 2010년대엔 '규모'로 치킨게임을 벌였다면 내년부터 시작될 10년은 '친환경'이 선사의 생존을 가르는 경쟁요소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핵심은 스크러버다. 다른 선사들이 기존 선박유에 비해 50%까지 비싼 LSFO를 활용한다면, 현대상선은 초대형선 발주와 스크러버를 통해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운임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유류비는 현대상선이 지출하는 비용 중 20%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성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LSFO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만큼 1기 당 500~600만 달러(한화 약 50~60억원)에 이르는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한 기간도 점점 짧아일 수 있다는 것이 현대상선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상선을 제외한 글로벌 선사들은 2010년대 규모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이미 무제한 선복량 확대에 나선 상태여서 추가 투자가 마뜩치 않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을 대량 발주하기엔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자니 투자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어서다. 폐선(廢船)이 얼마 남지 않은 노후 선박의 경우 스크러버 설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도 있다.


이주명 현대상선 중국본부장은 "한 외국 대형선사의 경우 LSFO 사용으로 선택지를 잡았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주요 정유사로부터 선매입한 물량도 연간 소요량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으면서 곤혹스런 상황을 겪고 있다"며 "최근엔 머스크도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HMM 블레싱호 기관실에 설치된 스크러버 컨트롤러. 사진= 유제훈 기자 kalamal@

HMM 블레싱호 기관실에 설치된 스크러버 컨트롤러. 사진= 유제훈 기자 kalamal@

◆운용경험 쌓는 현대상선=HMM 블레싱호가 탑재한 스크러버는 '개방형 스크러버'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해수(海水)를 분사, SOx를 씻어내고 정화된 배기가스를 내보내는 원리다. SOx를 씻어낸 해수도 모니터링 장치를 거쳐 규정 준수여부를 검사한 뒤 배출된다.


스크러버의 강점은 경제성이다. 기존 선박이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벙커C유에 비해 30% 가량 비싼 LSFO를 사용해야 한다면,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기존 벙커C유를 그대로 써도 IMO 등의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0일 싱가포르 기준 LSFO의 가격은 MT 당 605달러로 벙커C유(418달러)에 비해 약 30%가량 비쌌다.


이성엽(38) 기관장은 "현재 SOx 배출 규제(0.1%)를 적용하고 있는 중국 영해에서 항해하기 위해 소요되는 유류량을 최대 1일 100t으로 가정하면, LSFO를 사용할 경우 1800만원 안팎의 절감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현재 보유한 1만1000TEU, 1만3000TEU급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한 상태다. 1만TEU급 대형선에 스크러버가 장착된 것은 현대상선 소속 선박들이 세계 최초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 인수할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1만5000TEU급 8척에도 스크러버가 장착된다. 저(低)운임이 고착화 된 국제 해운시장에서 규모와 친환경성으로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상선 측의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무엇보다 다른 선사에 앞서 스크러버를 운용하면서 얻는 축적된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스크러버 가동 시 발생하는 SOx 배출 비중 등과 관련한 데이터는 기관실 내 컨트롤러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상태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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