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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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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세 미만 아동들을 위한 아동수당 신청이 지난 15일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아동수당법이 공포, 시행됨에 따라 부모의 소득ㆍ재산과 상관없이 2013년 2월1일 이후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수당이 지급되는 것이다. 239만명이 혜택을 본다고 한다.

사회 복지란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저출산ㆍ고령화에 일단 제동을 걸 만한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한데 내막을 알고 보면 씁쓸한 감도 든다. 당초 이 법은 소득 상위 10% 가정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부유한 집안의 아동들에게까지 수당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보통사람들로선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법이 수정됐다. '금수저'를 제외하려면 접수와 심사 등 부가 업무에 드는 행정비용이 연 1600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소득 상위 10%를 제외함으로써 절약되는 예산은 연 1000억원이었다. 그러니 일반인의 정서에 걸맞게 '선택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처지여서 결국 모든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 셈이다.

이런 울며 겨자 먹기식 '보편적 복지'가 이뿐일까. 누가, 어떻게 계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올해를 기준으로 국민 1인당 평생 받을 수 있는 현금 수당이 최대 1억5000만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니 이를 둘러싼 모순과 폐해는 적지 않을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당장 한 마을에서 해녀로 등록한 130명 중 107명이 어업 피해 보상금을 노린 '가짜 해녀'였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중엔 PC방 사장, 대기업 직원 등 물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니 '눈먼 돈'을 위한 몸부림은 어디까지 갈지 모를 정도다.

이상적으로는 '복지 정책'이 그야말로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효율적이기도 하고 정의롭기도 하다. 한데 '맞춤식 복지'를 하자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무차별 지원하는 '산탄식(散彈式) 복지'를 펴다 보니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해결을 국가에만 맡길 게 아니다. '70세 사망법안, 가결(가키야 미우 지음ㆍ왼쪽주머니)'이란 일본 소설이 있다.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법이 통과된 일본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다. 낙하산 인사 금지, 의원 정수 및 세비 3분의 1로 삭감 등 개혁적 조치로 지지율이 8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마가이노 레이토 총리가 재정 파탄을 막으려 밀어붙인 극단적 조치다. 저출산ㆍ고령화의 심화, 노인 연금ㆍ의료비 증가, 젊은이들의 일자리 부족 등의 설정이 그리 낯설지 않은 작품이다.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그 해법 중 하나가 시민에 의한 '기부제도'의 확립이다. 기부라야 별것 아니다. 우리 아동수당을 보자면 월 10만원이다. 이것이 절실한 가정도 많겠지만 있든 없든 무관한 가정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 아동수당 지급에 따라 '어린이적금' 가입이 늘어난다는 뉴스도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만일 복지수당이 절실하지 않은 가정이 인터넷이나 전화, 편의점 등을 통해 특정 목적을 위해 수당을 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를테면 특정 전화번호로 연락해 자신이 받을 수당을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토록 자진 반납하면? 65세가 넘었다고 지하철을 마냥 공짜로 타고 다닐 게 아니라 넉넉한 노년층은 편의점 모금 창구 같은 곳을 만들어 아낀 차비만큼 기부를 한다면?

너도 나도 자기 몫 챙기기에 나선 후 세금이 과하다든가, 국가 재정이 어렵다든가 할 게 아니라 이런 자발적 기부가 늘어난다면 국가는 재정적 부담을 덜고, 사회는 더욱 정의로워지고, 개인은 보람을 느낄 것이라면 그저 안이한 소설적 공상일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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