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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결국 이탈리아 징계절차 착수…사상 초유 예산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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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디스 돔브로브스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예산안에 대한 집행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예산안에 대한 집행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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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럽연합(EU)이 결국 이탈리아에 칼을 빼들었다. 재정적자를 대폭 확대한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할 수 없다고 거부한 데 이어, 징계조치에 착수한다.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사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행정부 격인 EU집행위는 21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2019년 예산안이 EU의 예산편성지침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또한 유로존 19개 회원국의 동의를 얻기 위한 회의를 2주 후 소집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이탈리아 예산안이 EU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것에 유감"이라며 "잠에 취해 불안정 속으로 빠져가는 것과 같은 위험"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의 예산안은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보다 그 반대로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사실상 제재부과를 위한 첫 조치로 해석된다. EU가 내릴 수 있는 제재조치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 외에도 정부계획 감시, 유럽투자은행의 차관 한도 조정 등이 꼽히고 있다. ING의 마틴 반 블리에트는 "2019년 이전에 부과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금융제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는 앞서 유로존 부채 2위국인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가 감세 등 공약 이행을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자 '전례없는 EU규정 위반'이라며 예산안 승인을 거부했다. EU가 회원국의 예산안 승인을 거부하고 수정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기존 예산안을 그대로 제출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U집행위의 결론이 발표된 후에도 "내년 예산안은 견고하고 효율적", "이탈리아에 무례한 일이 될 것"이라며 기존 예산안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예산안이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이탈리아는 물론, EU에도 이롭다는 믿음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24일 EU집행위를 만나 예산안 세부 내용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내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전임 정권의 기존 목표치(0.8%)는 물론, 시장에서 평가한 마지노선(2%)을 상회한다. 현재 EU는 특정국가의 공공부채 상한선을 GDP의 60%로 설정중이지만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31%로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당초 우려보다 시장 여파는 크지 않은 상태다.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EU와 포퓰리즘 정부 간 갈등이 계속 이어져오며 예상됐던 흐름이라는 이유로 해석된다. FT는 "시장이 이탈리아의 새로운 예산안 혼란을 무시했다"며 "EU집행위가 이탈리아의 예산안을 거부하고 징계절차 마련을 권고했음에도 투자자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516%로 약 한달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유로존 내 정치적 긴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되는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도 좁혀졌다. 이탈리아 2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전 거래일보다 떨어지며 10일 이상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앞서 EU와 이탈리아 간 예산안 갈등이 본격화됐을 당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이어가며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치솟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FT는 이날 유로화에도 예산안 사태에 따른 긴장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탈리아 통계국은 같은 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1.1%, 내년은 1.3%로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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