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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생활비 위해 거리로…빈곤·고독사가 두려운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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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만난 박 할머니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생활비를 위해 노점을 운영했다. (사진=이승진 기자)

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만난 박 할머니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생활비를 위해 노점을 운영했다. (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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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2일 제22회 노인의 날을 맞았다.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여전히 먼 현실이었다. 많은 노인이 빈곤에 시달렸고, 고독사를 두려워했다.

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만난 박 모(84) 할머니는 돗자리를 펴 놓고 손톱깎이, 면봉 등 잡화를 팔고 있었다. 박 할머니는 오랜 노점상 생활 탓에 피부는 검게 그을려 있었고, 손등은 나무껍질같이 거칠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이지만 박 할머니는 생활비를 위해 노점을 쉴 수 없었다.
박 할머니가 잡화를 팔아 하루에 버는 돈은 5000원 남짓.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수준의 소득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소득 수단이 없는 상황에선 아직 제 한 몸 이끌어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박 할머니는 감사함을 느낀다. 박 할머니는 “남편은 일찍 돌아가셨고, 자식들은 1년에 3~4번 정도 집에 들른다”며 “한 달 생활하려면 이렇게라도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 상당수는 폐지 수거 등 열악한 환경의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1일 청량리종합시장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의 모습. (사진=이승진 기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 상당수는 폐지 수거 등 열악한 환경의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1일 청량리종합시장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의 모습. (사진=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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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사정은 더 열악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촌에서 수년 째 거주 중인 황 모(67) 씨는 매일 술로 버틴다. 황 씨는 노인 기준 연령인 65세를 갓 넘긴 나이이지만 가끔 한 번씩 하게 되는 일용 근로 외엔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황 씨는 “몸이 아파 일을 제대로 못하니 매일 술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생 별 거 없이 이렇게 살다 가면 되는 거다”라면서도 “집 밖으로 나서지 않는 날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죽음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의 날을 맞아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17년 설문조사를 시행해 작성한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절반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빈곤의 이유로는 ‘취업의 어려움’이 꼽혔다. 조사에 응답한 노인 58.6%는 “나이 제한으로 취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노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 2016년 기준 노인자살률은 10만 명 당 53.3명에 달했다.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한 자살률 10만 명 당 25.6명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치였다. 인권위 조사에서 노인 23.6%는 고독사를 걱정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노인 인권 증진을 위한 3개 영역, 총 20개의 핵심 추진과제를 선정했으며, 해당 과제는 추후 구체적인 권고에 나설 예정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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