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일관된 진술이 크게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오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혐의사실에 대한 판단 내용에 안 전 수석의 이름을 불렀다. 안 전 수석의 진술과 수첩을 참고로 들여다보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유무가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강요 등 기업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항상 안 전 수석을 통했고 안 전 수석 역시 경제수석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혐의에 관한 내용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공범이자 증인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됐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다르게 해석했다. 수첩이 박 전 대통령과 기업총수들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즉 내용을 증명할 수 없지만 대화 자체를 했다는 정황은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은 피고인과 기업 총수 등 사이에 대화 내용이 있었다는 직접 증거라는 증거 능력은 없지만,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 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인정된다"고 했다.
수첩 외에도 법정에서 내놓은 증언이나 진술들이 일관됐다고 재판부는 평가했다. 2015년 10월 박 전 대통령이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문 전에 재단 설립을 서둘러달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에 대해 재판부는 "전체적인 정황상 안 전 수석이 이에 대해 거짓말을 할리가 없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고 이후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 등에서 수첩 등 주요 증거물들이 제시되지 않은 초기부터 일관된 진술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공소사실 18개 중 16개가 유죄로 인정된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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