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Symposium)은 기원전 9세기부터 고대 그리스의 중요한 사회적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덕망 있는 가문의 사람들이 유명 인사를 초청해 토론하면서 주연을 베푸는 자리였다. 플라톤은 와인을 인간이 만든 가장 이지적인 음료라면서,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의 교육적인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흔히 '향연'이라고 번역되는 이 심포지엄은 그리스어 '심포시온(Symposion)'에서 나온 말로 '함께 마신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와 같이 당시 유명한 사람들은 이런 심포지엄에 자주 초대가 됐다. 참석자는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차림으로 단장을 하고 호화스럽게 꾸며진 방에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밤새도록 토론했다. 공간 때문에 토론 참석자는 7~9명으로 제한했으며, 전체 인원은 14~27명이었다. 단 젊은이는 기대어 있지 못하고 똑바로 앉아야 했다.
음식과 와인이 나오고, 게임, 노래, 플루트 부는 소녀나 소년, 연극하는 노예 등 유흥도 준비됐다. 참석자는 사랑이나 남녀의 차이 등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했고, 주최자가 와인을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심도 있는 토론이 되기도 하고 단순한 관능적인 유희의 자리로 변하기도 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습관적으로 와인에 물을 섞어서 마셨다. 심지어는 와인을 그대로 마시면 야만인으로 간주됐다. 그리스와 로마의 심포지엄이 다른 것은 로마 심포지엄은 와인이 먼저 나왔고 음식이 나온 후 여자들이 합류할 수 있었지만, 그리스 심포지엄은 식사 후에 와인이 나왔으며 여자들은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미모와 지성을 갖추고 손님과 대화가 가능한 고급 매춘부나 행사에 고용돼 흥을 돋우는 여자, 참석자의 배우자는 허용됐고, 이들은 모두 손님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교양을 갖춰야 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심포지엄은 특정한 의제에 관해 토의할 때, 다른 입장과 각도에서 여러 명의 전문가를 선발해 참가자가 자기 견해를 발표하고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에 바탕을 둔 전체토론회(질의와 응답이 주가 됨)로 이행하는 형식을 취한다. 원래 의미의 심포지엄이라면 와인을 함께 마시면서 토의를 해야 하지만 현대의 심포지엄은 떠들기만 하고 유흥이나 와인 마시는 일도 없이 그 이름만 남아있게 됐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