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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빚국, 日 '잃어버린 20년'을 이토록 닮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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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 경제 100% 답습하기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무왕불복(無往不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자가 한 말인데 '갔던 것이 되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반복되지 않는 역사가 없다는 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경제의 역사가 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입니다. 일본이 어떻게 20년이란 기간을 '상실의 시대'로 살았는지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경제가 그 20년의 초입에 빠져 일본의 그림자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저성장, 저물가 기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제지표는 상당히 암울합니다. 수치가 아니라 패턴이 일본 경제의 쌍둥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닌 듯 싶습니다.

일본의 장기침체 원인을 대체로 정부정책의 실패, 엔화가치의 지속적인 상승, 공급기반 약화, 내수침체와 수출의존적인 성장구조, 재정적자 심화와 산업구조조정 지원, 경제개혁 실패 등이라고 경제연구기관들이 분석합니다.
대한빚국, 日 '잃어버린 20년'을 이토록 닮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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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5일)은 2015년 한국의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경제정책의 실패, 즉 빚의 관리 정책 실패를 짚어봐야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빚을 관리하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첫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1985년 총 대출 중 중소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출비중은 52.9%였습니다. 그런데 이 비중이 1990년에는 72.1%로 상승합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1985년 5.0%였던 기준금리를 1987년 2.5%로 인하합니다.(한국경제연구원) 그 유명한 플라자협정으로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일본이 금리 인하로 경기부양을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엔화가치 급등에도 일본기업들은 전 세계가 인정한 특유의 원가절감과 임시직 고용을 통한 인건비 증가 억제 등의 방법으로 수출에서 막대한 이익을 지속적으로 냅니다.

이 와중에 시중에 돈까지 풀리기 시작하니 현금을 쌓아 놓은 대기업들이 추가자금을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자유화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 조달합니다. 해외시장 자금조달은 당시 엔화강세를 타고 일본 기업들이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은행들은 풀린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 예전에는 대충 무시했던 중소기업, 그리고 개인들에게 대출(부동산 대출 중심)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중소기업 및 개인에 대한 대출비중이 20%포인트 가량 급등했고 이는 추후 은행 부실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볼까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대출은 줄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 주식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7월말 현재 대기업에 대한 은행 원화대출금 잔액은 164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줄었습니다. 10개월만에 최저치이고 감소세는 6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금은 올 들어 36조9000억원 늘어나 543조8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대기업의 3배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17조1000억원 불어났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의 절반 수준입니다.

가계부채는 더 심각합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된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1130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대체로 2분기에는 10조~15조원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평소보다 두 배가 넘는 32조2000억원이 급증한 겁니다. 총 가계부채 중 372조2000억원(예금은행 기준)이 주택담보대출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대출금리까지 2%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 앉은 후 총 가계부채는 94조원 넘게 늘어났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당장 우리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마이너스로 가지 않는 이상 어차피 금리 추세는 상승쪽으로 키를 돌려놓은 상황입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죠.

일본의 버블이 터진 때를 살펴보겠습니다.

1989년 4월부터 1년 3개월간 일본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5%에서 6.0%로 두배 이상 인상합니다. 대출총량규제를 실시하고 부동산 관련 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합니다. 부동산 버블이 너무 심하고 경기가 일부 살아났다는 오판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버블의 바람을 빼는 것이 아니라 아예 터뜨려버렸습니다.

우리가 이런 우를 범하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이 중국 경기부진이 지속된다면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가계대출은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그럼 대출이 어디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입니다.

일본은 1987년 일본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일환으로 동경을 비롯한 대도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방도시에 소프트웨어 중심의 산업도시 육성계획을 발표합니다. 수도권 인구집중 막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수도의 기능을 동경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정책입니다. 은행의 대출경쟁과 맞물리면서 부동산 버블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됩니다.

뭔가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세종 신도시와 각 지방으로 흩어진 혁신도시들입니다.

지난 2013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예금은행 총 원화대출금은 13.7% 증가했습니다. 서울은 9.9%로 평균치를 밑돕니다. 그런데 세종시는 같은 기간 111.1%가 폭증합니다. 부산 17.2%, 대구 28.8%, 광주 22.3%, 충남 18.0%, 경북 23.5% 등도 평균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빚의 관리가 사실상 힘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처럼 저성장에 빠질 경우 체력이 뒷받침 안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저성장 초입에 있을 때만 해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GDP 3조170억달러)이었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달러대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규모와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입니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한번 간 길을 그대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간절하지만 말입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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