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글은 논리다] 소숫점 아래 둘째 숫자, 필요한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경제학자는 왜 성장률 전망치를 소숫점 아래까지 써서 내놓나?” “유머감각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경제학과 경제학자를 소재로 삼은 유머다. 경제학자는 성장률 같은 경제 변수를 예측하는데, 어차피 틀릴 건데 왜 굳이 소숫점 아래 수치까지 전망치를 내놓느냐는 게 이 유머의 메시지다.
많은 자료에서 이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숫자를 처리한다. 의미가 없는 소숫점 아래 숫자를, 심할 경우 세자리까지 표기한다.

한 언론매체는 통일 후 연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4.706%, 3.635%, 3.135%, 2.635% 등으로 열거했다.

다른 신문은 주택청약 경쟁률이 ‘평균 3.63대 1’로 높았다고 전했다. 이 경쟁률이 비교 대상인 수치를 소숫점 둘째 자리에서 근소한 차이로 웃돌았다면 이렇게 전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보면 경쟁률을 소숫점 둘째 자리까지 열거할 비교 대상이 없다.
'경제학자는 그걸 모델들과 한다'(Economists do it with models)는 유머를 표현한 삽화. 경제학자가 소숫점 아래까지 성장률을 예측하는 것도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경제학자는 그걸 모델들과 한다'(Economists do it with models)는 유머를 표현한 삽화. 경제학자가 소숫점 아래까지 성장률을 예측하는 것도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원본보기 아이콘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8.06포인트(0.40%) 내린 2029.83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소숫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 쓴다고 하더라도 등락한 비율을 0.40%로 소숫점 아래 둘째까지 쓰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 소숫점 아래 한 자리만 써도 충분하다.

설문조사에서 각 항목의 응답자 비율을 69.1%, 23.4%, 7.5%라고 소숫점 아래까지 알려주는 자상함도 대부분 불필요하다.

많은 자료에서 소숫점 아래, 심할 경우 세자리까지 열거하는 이유는? 정확한 것처럼 보이려는 의욕이라고 짐작된다.

수학자 존 앨런 파울로스는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정확성보다 주변을 밝게 비추는 명료함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 그는 책 ‘수학자의 신문읽기’ 에서 한 요리의 영양을 1인분에 761㎈라고 설명한 기사를 예로 든다.

“마지막 1㎈는 완전히 무의미하다. 둘째 자리의 6도 거의 마찬가지다. 단지 백의 자리의 7만이 의미 있는 숫자다.” 그는 자신이 수학자임을 아는 한 이웃이 “휘발유 1갤런당 32.15마일을 달렸다”고 자랑스레 들려줬다는 사례도 든다.

자료를 조사하거나 쓴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숫점 아래 수치, 이제 버리자.

참고로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과 같이 소숫점 아래는 필요하지 않을 경우 버린다.

▶모건스탠리의 3분기 순이익이 89% 급증했다.
▶인도네시아 차량 소유자는 2020년이면 54% 증가해 1000명당 74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와 경제성장률 등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변수는 소숫점 아래 한 자리까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출근하는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 곡성세계장미축제, 17일 ‘개막’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휴식...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국내이슈

  • '머스크 표' 뇌칩 이식환자 문제 발생…"해결 완료"vs"한계" 마라도나 '신의손'이 만든 월드컵 트로피 경매에 나와…수십억에 팔릴 듯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해외이슈

  • [포토] '봄의 향연' [포토]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孝' 1000개 메시지 모아…뉴욕 맨해튼에 거대 한글벽 세운다

    #포토PICK

  •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