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낱말의 습격]반목(反目), 눈이 뒤집히다(132)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반목이란 말이 있다. 불화(不和)와 비슷하게 쓰이지만, 그 표현은 참 리얼하다. 눈이 뒤집혔다는 의미가 아닌가. 서로를 미워하는 일에는, 대개 스스로가 발명한 그럴 듯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그것이 억지에 가깝거나 무시해도 좋을 하찮은 것이어서 이유같지 않은 이유일 경우가 있다. 왜 저토록 불같은 미움이 생긴 것일까.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면 할수록, 그 태도가 강경해지고 단호해져서, 주위에서도 충고를 멈추게 된다. 반목의 이유는 대개 스스로에게 있다. 자신의 눈이 뒤집힌 상황이라 상대를 바르게 보지 못하고 문제의 핵심 또한 놓친다. 눈이 뒤집히면 자기라도 돌아볼 수 있는 관조(觀照)가 생겨야할텐데, 앞도 안보이고 뒤도 안보이면서 적의만 잔뜩 키우는 백안(白眼)이 되기 쉽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을, 수학공식처럼 정리할 순 없다. 무단히 그냥 싫은 경우도 있고, 자신도 왜 싫은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이유가 있었는데, 문득 쌓인 눈송이가 소나무 가지를 기울게 하듯 걷잡을 수 없이 큰 무게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기질이 맞지 않거나 체질상 어울리기 어렵거나, 철학과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관계들의 이유 50%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우린 자주 까먹는다. 내 눈이 뒤집혀있는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들의 비율이 상대 쪽으로 무겁게 매겨질수록, 내 눈의 편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놓친다. 내 멀쩡히 뜬 눈도 놓치는 것이 많지만, 때로는 이렇게 홱 까뒤집힌 눈 때문에 바라보지 못하는 것 또한 적지 않으리라. 반목의 어리석음 또한 내 등에 죽비를 치는 스승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출근하는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 곡성세계장미축제, 17일 ‘개막’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휴식...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국내이슈

  • '머스크 표' 뇌칩 이식환자 문제 발생…"해결 완료"vs"한계" 마라도나 '신의손'이 만든 월드컵 트로피 경매에 나와…수십억에 팔릴 듯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해외이슈

  • [포토] '봄의 향연' [포토]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孝' 1000개 메시지 모아…뉴욕 맨해튼에 거대 한글벽 세운다

    #포토PICK

  •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