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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김기춘-구원파 악연의 비밀

최종수정 2014.05.22 09:30기사입력 2014.05.21 17:30

1992년 초원복국집 ‘관권선거’ 아킬레스건 자극…묘한 뉘앙스, 과거 인연 암시 중의적 표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우리가 남이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메시지 정치’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은 언론의 시선이 집중된 공간이다. 금수원 정문 앞에는 수많은 방송, 신문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구원파는 정문에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는 플래카드를 붙여 화제를 모았다. 김기춘 실장은 박근혜정부 최고 실세로 불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에 힘을 쏟는 상황에 뜬금없이 ‘김기춘’이라는 이름이 등장했으니 여론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그 사람 이름을 언급했을까?”

사람들의 궁금증을 한껏 자극한 그 문구는 톡톡한 광고효과(?)까지 봤다. 금수원 관련 뉴스를 전하는 방송과 신문은 싫든 좋든 정문 앞에서 찍은 장면을 영상과 사진으로 내놓고 있는데 그때마다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내용이 함께 노출되기 때문이다.


21일 구원파는 검찰 진입을 허용하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금수원 정문 앞에 내걸었다. 일반인의 궁금증을 다시 한 번 자극한 ‘메시지’였다.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와 ‘우리가 남이가’라는 문구는 사연이 있다. 구원파는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사를 ‘종교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신들은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이며 권력이 자신들을 탄압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다.

구원파가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때문에 위기에 직면했을 때 당시 김기춘 실장과의 악연은 시작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바로 김기춘 실장이다. 구원파는 당시에도 ‘종교탄압’이라는 논리로 반발했다.

‘우리가 남이가’ 논란은 한국 정치 역사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해 표심을 왜곡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사건이다. 구원파가 김기춘 실장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자극하고 나선 것은 '종교탄압' 프레임에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우리가 남이가’ 사건은 1992년, 지금부터 20년도 더 지난 옛날 얘기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던 시절의 얘기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김기춘 실장은 여당인 김영삼 민자당 대선후보 승리를 위해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놓고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당시 자리에서는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는 얘기가 오갔다. 정주영 후보 측에서 당시 모임을 도청해서 폭로했고, 1992년 대선을 흔든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법 관권선거 논란보다는 도청 문제가 부각되면서 김영삼 후보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남이가’ 논란은 전국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역으로 영남권의 결집을 가져와 김영삼 후보가 여유 있게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가 남이가’ 논란이 지역감정을 자극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거론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악의적인 지역감정을 자극한 사례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효상 전 국회의장은 1971년 박정희 대통령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한껏 자극했다.

그는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 등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선거 때마다 영호남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가 남이가’ 논란의 원조 격인 셈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묘한 뉘앙스가 담긴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친분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병언 전 회장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서 승승장구했고, 민정당 뒤를 이은 민자당에서 재정위원으로 자금줄 역할을 맡기도 했다. 김기춘 의원은 민자당의 뒤를 이은 신한국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구원파 측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플래카드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남이 아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구원파는 앞서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면서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것이란 점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구원파와 이를 지켜보는 김기춘 실장의 악연, 그 끝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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