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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혹시 '가짜 새벽'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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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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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말 월초 어간에 우리 경제의 회복세 가속화를 기대하게 하는 몇 가지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달 수출은 월별 실적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497억6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덕분에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가 전달의 4.5배나 되는 41억9200만달러에 이르렀다. 수출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로 집계됐다. 여전히 1%대이긴 하지만 지난해 8월의 1.5% 이래 7개월 만의 최고치다. 경기회복에 필요한 수요 측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런 통계만 보면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밝혀온 올해 경기회복 전망이 맞아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대방향을 가리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한 광공업 생산은 올해 들어서는 1월 -0.1%, 2월 -1.8%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말해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에 하락으로 반전했다. 지난해 9월 100.1에서 올해 1월 100.7을 기록하기까지 상승추세를 보이더니 2월에는 100.6으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이것이 다시 상승추세로 복귀할지는 이달 중 나올 3월 통계 집계결과를 보면 알 것이다.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경기순환에 발동기 역할을 하는 설비투자가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 통계로 설비투자 증가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22.0%에서 2011년 4.7%, 2012년 0.1%, 2013년 -1.5%로 3년 연속 고꾸라졌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2월까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통계청 통계로 확인된다. 전년 동월 대비로 1월에 -1.9%였으나 2월에는 12.3%를 기록했다.

기업인들의 체감경기는 다소 엇갈린다. IBK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중소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114로 201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한 3월의 대기업 경기실사지수는 100.7로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100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4월 경기에 대한 전망지수는 전달 조사치 104.4보다 하락해 99.5를 기록했다.

각종 통계와 조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경기회복세가 확산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내수 부진과 대외 경제여건 악화 가능성이다.
경제의 수요 측면에서 투자나 수출보다 비중이 큰 소비, 그중에서도 특히 가계소비가 구조적으로 억눌려 있는 상태다. 이 점은 2000년 이후 10여년간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과 '가계소득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동시에 현저히 떨어진 데서 확인된다. 두 비중은 각각 70%에 가깝던 수준에서 60% 전후로 떨어졌다. 이는 고용과 임금상승 부진, 자영업 부문의 과잉팽창과 채무부실화, 가계부채 급증 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최근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거듭 들려오는 '대차대조표 불황' 경고의 배경이다.

대외 경제여건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 전망, 중국의 성장 감속,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험, 일본의 아베노믹스 부작용 등이 얽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르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제사회로부터 환율절상 압력을 부를 위험도 있다. 내수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환율절상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면 수출마저 꺾여 성장동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경기회복세가 혹시 '가짜 새벽'은 아닐까. 먼동이 튼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날이 얼른 밝아지지 않는 것이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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