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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 말라는 '갑질 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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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 말라는 '갑질 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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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주인들 "확정일자 받으면 주거용 분류…부가세 환급 못받고 세금 는다" 계약조건 내걸어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중구 신당동의 전세금 1억원짜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하영(29)씨는 1년 내내 불안함을 안고 살았다. 계약 당시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며 계약 전제 조건으로 전입신고 불가를 내건 탓이다. 계약 당시 선순위 채권이 설정돼 있지 않았지만 혹시나 대출을 받지는 않았는지를 알 수 없는 김씨는 항상 초조했다. 그는 "재계약 기간을 앞두고 월세로 바꾸더라도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오피스텔로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세입자들이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게 하는 집주인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이어서 부가세 환급 등 세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주거용으로 임대할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확정일자를 받지 않을 경우 전세권 등기 설정을 해야하지만 법 효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2013년 4분기 1만7200실이 공급됐고 올해 입주물량은 총 4만가구에 달한다. 오피스텔 공급이 늘면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의 거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거나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게 하는 횡포는 줄지 않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분류될 경우 집주인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부가가치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임대하고 계약 후 20일 이내 사업자등록을 할 경우 건물가액의 10%를 환급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으면 주거용으로 분류돼 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국세청이 오피스텔을 사업용이 아닌 주거용으로 임대한 사실을 적발해 추징한 부가세만 108억원에 달한다.

오피스텔은 원칙적으로 주택에 해당되지 않지만 기존에 주택 1가구를 보유한 사람이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취득할 경우 1가구 2주택자가 된다. 1년 이상 보유 시 양도차익 세율 6~38%가 적용된다. 기존주택을 팔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을 먼저 팔지 않으면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다.

주거용으로 쓰거나 임대할 경우 종합부동산세도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일반사업자로 등록하면 토지만 과세하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주택으로 간주해 다른 토지ㆍ주택과 합산해 과세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오피스텔의 용도를 판단할 때 주민등록을 조회하거나, 공과금 사용량 등을 조사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계약 시 전제조건으로 전입신고를 막는 방법을 쓴다.

확정일자는 세입자들이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탈세를 위해 오피스텔 주인들은 '전세권 등기 설정'을 권하기도 한다.

전세권 등기와 확정일자의 차이는 '우선변제권의 유무'로 나뉜다. 전세권 등기는 1억원 당 25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등기권리증 때문에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소송 없이 경매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세입자 등기 이전에 저당권을 먼저 가진 사람이 있다면 경매로 넘어가도 배당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확정일자는 전세권 등기보다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거주지 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 후에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은 후 세입자에게 대항력이 발생해 경매로 넘어가도 '우선 변제권'이 생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보증금이 9500만원 이하라면 3200만원까지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업무용으로 취득했다가 10년 이내에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부가세를 다시 추징당하고 본인 주택을 팔 때도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두 가지 문제 때문에 임대인들이 업무용으로 유지하려는 욕구가 크지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광석 변호사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위험한 전셋집이라도 들어가고 보자는 세입자들이 많은데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전세권 설정을 하거나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며 "세입자들이 탈세를 신고할 수는 있어도 확정일자를 금지하는 집주인에게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으므로 둘다 어렵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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