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고, 민주당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이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왔다"면서 "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에선 박근혜계가 야당 역할을 하며 청와대의 독주를 일정부분 견제했지만, 지금 여당은 사실상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며 "지금껏 박 대통령 지시에만 따라왔던 관성에 젖어 의원들이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할 생각도 안한다"고 진단했다.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만들던 '당 진상조사위원회'나 '테스크포스(TF)팀'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다른 당직자는 "우리도 답답한데…"라고만 했다. 이 당직자는 "당 전략기획국에서 매일 대응 전략 보고서를 올리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대동소이한 내용만 보고 된다"면서 "당 지도부는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이 나왔을 때 매우 감사해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분간 특별한 전략 없이 문 의원처럼 야당이 무리수를 두는 상황이나 박 대통령 메시지를 기다리는 방법 뿐"이라고 언급한 뒤 "대통령 메시지도 재보선이 끝나야 나올 것 같은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도 상황이 복잡하다. 박지원ㆍ설훈 의원의 느닷없는 '대선불복' 발언에 가장 놀란 사람은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였다. 곧 바로 정호준 대변인을 통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이번엔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뛰었던 문 의원이 '불공정 대선' 성명서를 발표하며 불씨를 더 키웠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둘러싼 논란 이후 침묵하던 친노무현(친노) 진영도 거들었다.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초 폐기' 논란으로 친노 진영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이제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댓글 정국'으로 이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투쟁으로 입지를 굳혀온 김 대표 측은 당장 10ㆍ30 재보궐선거가 걱정이다. 두 곳 모두 패할 경우, 책임론에 등 떠밀려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당의 권력구조도 재편된다. 문 의원을 앞세운 친노 진영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문 의원 성명서 발표를 만류하고 문 의원의 성명 직후 "선수가 직접 경기의 공정함을 따지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대표는 25일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은 명백한 '헌법불복행위'이고 이를 비호하는 행위도 '헌법불복'"이라면서도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최은석·나주석기자 cha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