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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여년전 궁궐이 있었던 왕궁리, '백제'가 탑으로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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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땅 익산ㆍㆍㆍ1400여년전 고대백제를 찾아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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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마한', '금마', '옥야', '익주', '이리'. 지금의 전라북도 '익산'의 옛이름들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익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있는지. 대답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한참 후 '보석'이라는 답이 왔다. 맞는 말이다. '익산'은 보석으로 유명하다. '보석박물관'은 익산을 대표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보석'은 바로 '백제'다. 그것도 '백제 무왕'말이다. 신라 선화공주와 세기의 로맨스를 벌인 서동왕자(무왕), 그리고 백제의 중흥을 꿈꿨던 '무왕'의 이야기다.
미륵사지 석탑, 입점리고분군, 왕궁리 오층석탑, 제석사지, 쌍릉 등 오롯히 살아숨쉬는 고도백제가 그곳에 있다.

◇미륵사지에서 고대백제의 꿈을 보다
백제 유적지라면 부여와 공주를 꼽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익산에는 옛 고대국가 백제의 흔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먼저 고도백제를 만나기 위해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을 찾았다.
익산에 남아있는 백제 유적은 거의 전부가 무왕 때의 것이다. 백제 무왕이 누구인가. 신라로 들어가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로맨스를 벌였던 서동. 그가 바로 무왕이다.

무왕은 쇠락해가는 백제를 중흥하려 애섰다. 그래서 금마(익산)에 도읍을 정하고 왕궁을 지었다(금마도읍설). 일본에서 발견된 '관세음 응험기'는 고서 필사본에 '백제 무광왕은 지모밀지(왕궁)로 천도해 새로 정사를 경영했다'고 전한다. 익산 천도를 언급한 유일한 문헌이다. 이를 받아들인 일부 학자들은 '무광왕'이 무왕이라고 믿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미륵사는 무왕과 왕후였던 선화공주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륵사는 백제 최대 사찰로 신라 황룡사에 버금가는 규모로 전해진다. 삼국유사의 기록을 믿는다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난 2009년 해체 중이던 미륵사지석탑 안에서 전혀 다른 이름이 나왔다. 뜻밖에도 '좌평벼슬의 딸인 왕후가 절집을 창건했다'는 글귀가 발견된 것. 서동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로맨스와 미륵사지 석탑과의 연결고리를 믿던 학계와 주민들은 난감했다. 일부 학자에 의해 이렇게 수습되어진다. 3개의 구획으로 이뤄진 미륵사지는 시차를 두고 지어졌으며 그 중 하나를 좌평의 딸이 지었다면 다른 둘 중 하나가 선화공주에 의해 지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세 개의 미륵사 탑중 복원된 동탑

세 개의 미륵사 탑중 복원된 동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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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에는 원래 탑이 세 개 있었다. 가운데 웅장한 목탑이, 이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돌로 만든 9층 석탑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가운데 목탑은 나무로 지은 탓에 천년이 넘는 시간을 견뎠을 리 없으니 흔적조차 없다. 동탑도 '복원'을 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륵사지 석탑으로 불리는 서탑은 거의 무너져 6층까지만 남았던 것을 일제강점기 때 땜질하듯 시멘트로 발라놓았다. 하지만 지난 2000년에 붕괴위기에 처하자 대대적인 해체 보수작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서탑은 가림막 안에서 복원중이다.

미륵사지에는 일대에서 발굴한 석재들을 따로 모아 전시장도 만들어 뒀다. 비록 돌덩이들이지만 천년 세월 품은 사실이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웅장한 미륵사지 당간지주(보물 제236호)는 당시 광대한 절집의 규모를 보여준다.
당간지주 앞에는 당시에 조성된것으로 알려진 연못이 두 곳 있다. 바람이 잔잔한날에는 탑이 물속에서 비친다.

◇왕궁리 오층석탑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하다
미륵사지를 나와 왕궁리로 향했다. 1400여년의 시간을 건너온 왕궁리 옛 백제궁터에도 탑이 있다. 바로 왕궁리오층석탑(국보 제289호)이다. 누군들 그 앞에 서면 '거 참 잘 생겼다'는 탄성을 지른다. 균형과 비례, 당당하면서도 날렵하고,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풍모의 오층석탑이 만들어내는 '묵짐함'이 묘한 감동을 준다.

왕궁리 오층석탑

왕궁리 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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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층석탑 주위를 호위하듯 늘어선 아름드리 벚나무의 짙은 녹음도 탑의 아름다움엔 비할바가 못된다. 벚나무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석탑을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찬찬히 보면 대표적 백제의 탑으로 꼽히는 충남 부여의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참 많이 닮았다.

"봄날 벚꽃이 흐날리때 오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오층석탑을 만날수 있다"고 동행한 해설사가 말한다.

아직도 발굴작업이 진행되는 석탑 주변의 궁터는 잘 정비돼 있다. 왕궁의 건물이 들어섰던 자리마다 흙으로 돋워놓고 무엇이 들어섰던 자리인지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세워놓았다. '왕궁리'라는 현재의 지명도 왕궁이 있던 것에서 연유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주변은 왕궁 건물터와 사찰 건물터가 혼재해 있다.

왕궁리 유적지는 구릉지를 일부 깎아내고 주변은 흙으로 쌓아올려 세 단으로 나눠 평지를 조성한 뒤 그 안에 건물을 배치했다. 미륵사지와 마찬가지로 왕궁리 유적지도 백제 무왕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마한 혹은 백제의 왕궁으로 알려진 익산땅은 비밀에 쌓여 있어 더욱 흥미롭다.

◇관광지중 유일하게 돈 받는 보석박물관
보석박물관 전시실

보석박물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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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지자체들은 웬만한 관광지에는 죄다 돈을 받는다. 하지만 익산은 그렇지 않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석탑을 비롯해 곳곳에 들어선 박물관도 모두 무료다. 익산에서 돈을 내는 곳은 딱 한군데 '보석박물관'뿐이다.

이곳엔 11만5000여점의 아름다운 보석과 화석을 만나볼 수 있다. 익산 나들목에서 1㎞가 채 되지 않아 찾기도 쉽다. 보석꽃, 탄생석, 오봉산일월도 등의 보석으로 만든 진귀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건축물 외형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유사한 모양으로 설계돼 야경이 아름답다. 광장에는 다이아몬드와 반지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방문객의 눈길을 잡는다.

박물관 한쪽에 놓인 '보석꽃'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세계적인 보석 세공가인 독일의 만프레트 빌트(Manfred Wild)가 익산보석박물관의 개관을 기념해 만든 것. 시가로 20억원이 넘는다.

익산=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익산IC로 나오면 된다.

△먹거리=황등면의 황등식비빔밥(063-856-4471·사진)은 다른 육회비빔밥과 달리 비빈 밥 위에 육회를 올려 내온다. 미리 큰 함지박에서 밥을 비빈 뒤 밥 그릇에 담고 고명을 얹는다.
무, 콩나물, 다시마, 멸치 등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는 '별미옥(063-843-2131)'의 콩나물국밥이 유명하다. 또 서동마를 주재료로 33가지의 약재로 만든 '마약밥퓨전한정식'은 익산의 향토음식이다.

△볼거리=웅포 곰개나루와 금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망금정을 빼놓을 수 없다. 금강으로 지는 낙조가 장관이다. 웅포나루 잔디밭에는 편의시설을 갖춘 오토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다. 곰개나루 건너편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한 충남 서천 신성리 갈대밭이다.
이외에도 1914년 목조에 슬레이트를 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인 춘포역사도 있다. 또 망성면 화산리에 위치한 나바위성당, 두동교회, 함라한옥마을 돌담길, 한때 국내 최대의 대나무 군락지였다는 금마면 구룡 마을 대나무숲 등도 볼만하다. 곰개나루, 성당포구, 나포뜰을 거쳐 종착지인 군산 금강하구둑까지 자전거길이 시원하게 내달린다.
9월 28일부터 10월5일까지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를 주제로 '2013 세계순례대회'가 열린다. '순례길'은 특정 종교의 성지를 연결하는 길이 아니라 종교 간 경계를 넘어 소통과 상생을 추구하는 길. 전주~완주~김제~익산에 걸쳐 조성된 아름다운 순례길은 4대 종교와 관련된 기적 같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익산시청 문화관광과(063)859-5797
금강의 일출(장흥목장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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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포구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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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포곰개나루 관망대에서 내려다본 금강

웅포곰개나루 관망대에서 내려다본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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