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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 이모저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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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30일 금강산에는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환한 햇살이 비쳤다. 추석 이산상봉 2회차 행사 이틀째인 이 날 남북 가족들은 '개별상봉'과 '야외상봉'을 통해 전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하루 뒤면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이 예고된 터여서 짧은 만남에 못내 아쉬운 표정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10월1일 오전에 1시간여의 짧은 작별상봉을 하고 다시 헤어진다.

○…1차 이산가족 상봉 때 취소됐던 야외상봉이 어렵사리 결정됐다. 전날 저녁에 내린 비로 야외상봉장소인 외금강호텔 옆 잔디광장이 젖어 야외상봉이 취소될 것으로 우려됐으나 점심 이후 날씨가 개면서 야외상봉을 하기로 결정한 것. 오전에도 날씨가 좋지 않자 1차 때처럼 야외상봉이 취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일었다. 그러나 남과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지원단 관계자들이 정오께 잔디밭 상황을 놓고 협의한 끝에 오후 3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야외상봉을 결정했다. 대한적심자사 관계자는 "오후에 날씨 상황을 고려해 당초 오후 4시부터 하기로 했던 야외상봉을 앞당겼다"며 "이산가족들이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36번 김유중(최고령 할머니)
이 날 금강산호텔에서 북의 큰 딸 리혜경(75)씨와 개별상봉을 한 김유중(100) 할머니는 전날보다 한결 차분한 모습이었다. 김 할머니는 딸이 북에서 잘 사는 걸 확인해서 그런가 큰 걱정도 안 들고, 잠도 잘 잤다"고 말했다. 딸 혜경 씨는 이 날 개별상봉에서 남측 가족들에게 남편과의 만남 등 가족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혜경 씨는 "북에 건너가 의대를 수석 졸업한 뒤, 평양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남편을 소개받아 결혼했다"고 말했다고 김 할머니는 전했다. 리 씨의 남편은 수산대 학장을 역임한 뒤 정년퇴임했다.

김 할머니는 개별상봉에서 남측 가족들의 사진을 정리한 앨범을 큰 딸에게 전달했다. 선물을 받은 혜경 씨는 "밤새 가족들과 앨범을 보고 또 보겠다"며 "이번 상봉이 동네 사람들한테도 관심사라 자랑하겠다"고 말했다고 김 할머니는 전했다.

○…"누님 제사 안 지내도 되는 반가운 추석이에요"-91번
서울로 공부하러 갔다 연락이 끊긴 7남매 중 맏이 강선옥(75) 씨를 만나기 위해 제주에서 한달음에 달려운 5남매의 표정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들은 상봉 이틀째인 30일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했다.
막내 강인선 씨는 "가족 제한인원이 5명이라 둘째 누님은 함께하지 못해 큰 누님이 서운해 했다"며 "어제 저녁을 함께 먹으며 누님이 서울로 공부하러 가던 시절, 제주도에서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전한다.

셋째 강응선 씨는 "이번 추석부터는 큰 누님의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되게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에 강선옥 씨를 많이 그리워하신 어머니의 당부로 형제들은 40년 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큰 누님의 제사를 챙겼다.

넷째 강축생 씨는 "60년만에 만난 큰 언니가 비록 제주도 사투리는 잊었지만, 서울로 공부하러 떠날 때 똑똑했던 모습 그대로"라며 "큰 언니는 여전히 여망지더라(똑똑하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고 말했다. 축생 씨는 "큰 언니도 스스로 '골이 좋다'며 북측에서도 머리가 좋았다고 자랑하더라"고 전했다.

막내 인선 씨는 "오늘 개별상봉에서 부모님 사진을 함께 보며 조금 울었지만 이제부터는 헤어짐은 생각하지 않고 웃기만 하겠다"고 말했다.

○…"형님 팔순 생신이신데 케이크 준비할 수 없나요"
북측 이산가족 최병욱(80) 씨는 겹경사를 맞았다. 60년만에 두 동생과 재회한데 이어 상봉 이틀째인 30일 팔순 생일을 맞았다. 조카 유신호 씨는 "모르고 있었는데 외삼촌이 1930년 9월30일생이라 오늘 팔순을 맞이하셨다"며 "돈은 우리가 부담할테니 조그마한 케이크라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 최병오 씨도 어떻게 오늘 넘어가기 전에 이동 편의점에서라도 케이크를 구할 수 없냐고 하소연을 했다.

○…"살아계신 숙부호적을 정리한 것에 사죄드렸다"
6ㆍ25 때 아버지를 대신해 북의 의용군으로 끌려간 작은 아버지 어성우(76) 씨를 만난 어윤천(55) 씨는 30일 오전 개별상봉에서 작은 아버지께 고개를 숙였다. 윤천 씨는 "지난 94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작은 아버지의 호적을 정리했었다. 돌아가신 줄 알고 그렇게 한 거지만 이번에 정중히 사과드렸다"며 "작은 아버지께서 '다 이해한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작은 아버지와 함께 끌려간 다른 작은 아버지 어영우(85) 씨도 생존소식도 들었다. 윤천 씨는 "북에 살아계시는데 이번에 상봉장에는 오지 못하셨다고 한다"며 "(개별상봉) 두 시간이 눈 깜짝 할 사이 금방 지나같다"고 말했다. 전날 남측이 주최한 만찬에서 백세주를 즐겨 마신 성우 씨는 이 날 상봉 때 조카 가족에게 '백두산 들쭉술', 도자기, 대형 식탁보 등을 선물로 가져왔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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