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언스타그램

언스타그램

연재기사 25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gram)의 앞뒤 이야기. 사진이 보여주는 것들과 사진 찍히는 거의 모든 것들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AI 이미지와 '스키 타는 여자'

텍스트로 된 지시에 따라 AI가 만든 이미지라고 내놓은 것을 처음 본 지는 채 4년이 되지 않았다. ‘스키 타는 여자’라는 지시어에 따라 만들어진 사진 속의 인간을 닮긴 닮은 어떤 개체는 다리가 셋이었고, ‘나무 옆에 서 있는 기린’은 머리가 어디 있는지, ...

2024.07.10 12:01

사진과 시와 진실

잘 찍은 풍경 사진에는 관객의 고유한 직관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그저 아름답고 멋진 장면으로서 완결된, 상상과 감정이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는 기성품 같다. 오히려 그 속에 가려지거나 흐려진 여백과 결핍의 영역이 있다면 관객은 그곳에 직관과 비직관의 ...

2024.06.12 12:00

10년 전 오늘, 어버이날

10년 전 오늘 어버이날, 나는 진도에 있었다.아침부터 바람이 불었고 방파제에는 서로에게 닿지 못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의 탄식이 부딪히고 있었다. 잃어버린 부모를 찾는 부르짖음 같은 카네이션과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피눈물 ...

2024.05.08 12:00

사하라에서 본 작은 우주

편집자주지나간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이 글은 지난번에 쓴 ‘사하라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한 이유’의 이전 이야기(‘프리퀄’)입니다. 꼬마는 미동도 없이 고요한 눈길만을 내게 주며 대추야자 나무 그늘에 한 그루 묘목처럼 서 있었다. 사막의 ...

2024.04.19 14:32

사하라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한 이유

이방인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면 경계부터 하는 법인데, 그들은 수줍지만 온화하게 내 앞에서 웃었다. 그곳에 가는 도중 도시에서 만난 아이들은 카메라 앞으로 몸을 날리며 사력을 다해 사진 찍히려 했다. 오래전 서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유목민 마을에 머물며 ...

2024.04.04 12:01

말할 수 없는 것들의 말

말(言)이 넘치는 나라에 말의 계절이 왔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세계는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논리철학논고’)는 한 문장으로 쉽게 인용되곤 한다. 학문적 인용보다는 "모르면 말하지 마라"는 식으로 상대의 말문을 막기 위한 무기로 ...

2024.03.06 12:30

사진을 찍지 않은 사소한 이유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숍 3층 창가 자리를 좋아해서 한동안 자주 갔다. 뜨거운 커피 한 잔 사놓고 앉아 멍하니 사람과 차와 자전거와 날짐승 들이 오가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넓은 벽면을 가득 채운 유리창으로 내려다본 거리는 계 ...

2024.01.26 20:39

'파리의 연인'에 대한 사진적 추모사

프랑스 사진가 로베르 드와노(Doisnaeu)의 그 유명한 ‘시청 앞에서의 키스’에 나오는 여인 프랑수아즈 보르네(Bornet)가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대중의 관점에서는 좀처럼 사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현실에서의 삶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 ...

2024.01.12 13:01

'바냐 아저씨'와 말의 바깥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서는 안톤 체홉의 희곡 ‘바냐 아저씨’가 연극으로 공연된다. 갈등과 고뇌가 아무리 절망적으로 보여도 지나고 나면 그저 또 하루하루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과거로 만들어 주고, 지금의 위기는 ...

2023.12.29 14:00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이유

편집자주사진과 보이는 것들, 지나간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언스타그램’은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적(gram) 이야기를 뜻하는 조어입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읽을수록 깊고 함축적 ...

2023.12.15 14:00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