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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치질이 무너뜨린 백일천하

최종수정 2019.11.19 06:53 기사입력 2019.11.1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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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초상화.(사진= 미국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홈페이지/ www.nga.gov)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초상화.(사진= 미국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홈페이지/ www.nga.gov)


나폴레옹이 유배지였던 엘베섬을 탈출해 다시 프랑스를 장악했다가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해 결국 세인트헬라나섬으로 유배를 간 시기를 일컬어 나폴레옹의 '백일천하' 시기라고 부른다. 이 백일천하를 끝장낸 워털루 전투의 패배요인을 두고 여러 설들이 존재하지만, 역사가들은 공통적으로 나폴레옹의 고질병이었던 '치질(痔疾)'을 패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는다.


보통 치질은 오래 앉아 근무하는 현대인의 병으로 알려져있지만, 나폴레옹 역시 직업 때문에 생긴 극심한 치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폴레옹을 위해 그의 주치의가 워털루 전투 전날 대량의 아편주사를 놓았고, 아편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지휘를 하던 나폴레옹의 군대가 참패하면서 그의 백일천하가 끝장났다는게 정설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치질이 백일천하를 무너뜨린 요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의 군대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나폴레옹이 걸린 치질이 문제가 될 만큼이나 나폴레옹 한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데 있었다. 나폴레옹은 천재적 군사전략가였지만, 전선 시찰부터 전술 입안, 결정, 명령 전달, 성과파악을 위한 재시찰 등 모든 작전과정에 개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령관으로 유명했다. 사령관들이 보낸 전령을 믿지 않고 본인이 모든 전장을 시찰하러 다니며 모든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불침번을 서다 조는 초병을 대신해 불침번을 섰다는 일화부터 병사들과 고락을 함께했다는 각종 에피소드들은 미화된 측면도 있겠지만, 그가 얼마나 꼼꼼히 부대시찰을 다녔는지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보통 하루평균 말 안장 위에 16시간이나 앉아 시찰을 다니며 밤을 세우기 일수였고, 하루 4시간밖에 못 잤다고 한다. 딱딱한 말 안장 위에 그렇게 오랜시간 앉아 전선시찰을 다니다보니 당연히 악성 치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아편에 취해 내린 말도 안되는 명령조차 군말 없이 수행하는, 흡사 산업용 로봇과도 같이 움직인 나폴레옹군의 조직문화와 체계가 백일천하를 끝장낸 셈이다. 그의 부재시 전체 전략을 이끌 참모가 있었거나 그가 실수할 때 바로 잡아줄 만한 측근이나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역사 속에 백일천하는 적어도 치질로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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