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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지방분권 보완, 얼마 남지 않았다

최종수정 2019.11.14 14:34 기사입력 2019.11.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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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기자 doso7@

/ 윤동주 기자 doso7@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은 국가발전과 도약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 재정분권을 예로 들어 지출ㆍ세입 분권을 살펴보면 상위권에 미국, 캐나다, 독일, 스페인, 스위스, 일본 등 낯익은 국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다. 하지만 하위권 국가라고 반드시 문제가 있는 곳은 아니다. 이스라엘, 아일랜드,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이 그렇다. 세입분권 수준만 놓고 보면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도 모두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이 국가발전을 위한 조건이라 단정짓기 힘든 이유다.


요즘 지방분권이 화두다. 1995년 민선지방자치 출범 이후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제출이다. 변화된 지방행정 환경을 반영하고, 자율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의원 입법이 아닌 중앙정부의 발의라는 것도 이례적이다.


법안에는 획기적 내용들이 담겼다. 주민조례발안제, 주민 감사청구 기준 완화, 주민소환제 개선 등이다. 아울러 시ㆍ도의회 의장에게 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부여하고, 시ㆍ도의원에게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보조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한 지방의회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않는데, 아직도 시장은 시의회 사무국장 임명권을 쥐고 있다"고 비유했다.


정부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조직해 전면적인 지방분권 로드맵을 이행 중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썩 미덥지 못한 대목도 있다. 지방자치 출범 이후 일부 지자체장이 보여온 전횡과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드러낸 수준 이하 언행 탓이다. 10여 년 전 서울시의 자치구를 출입할 때 구청장의 개성이 정책을 좌우하던 곳도 있었다. 민간 프랜차이즈 업체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나 특정 종교 편향성을 지닌 인사의 경우 색채가 가감 없이 투영됐다. 물론 부정적 측면에서다.

대기오염에 취약해 가로수로 부적합한 식목을 민족 정기를 앞세워 비싼 돈을 들여 대량 식재하거나, 청장실을 찾은 기자에게 자신의 트럼본 연주집을 자랑하며 음악 얘기만 늘어놓던 이들도 있었다.


이번 개정안에는 무능하고 부패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 통제수단으로 주민소환제가 등장한다. 인구 수에 따라 소환 투표청구 요건이 완화되고 전자서명으로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윤리특별위원회를 지방의회에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시대에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대표자의 교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방분권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어느 지방 소도시에선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시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송사와 부패에 휘말린 탓이다.


그런데 지방자치의 주사위는 이미 오래 전에 던져졌다. 지금 이를 억지로 되돌리려 한다면 오히려 역사는 후퇴할 것이다. 다양한 보완 장치의 마련과 시기에 맞는 분권 형태의 조율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20대 국회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19대 국회처럼 정쟁에 매달리다 지방분권 입법이 폐기된다면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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