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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구전략] 30대 워킹맘 덴마크 장관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이 핵심" [특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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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비애레 덴마크 디지털 정부 및 양성평등부 장관 인터뷰

육아휴직 제도 개선해
남녀가 동등하게 육아 참여 유도
기업들이 법 개정에 더 적극적

[K인구전략] 30대 워킹맘 덴마크 장관 "남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이 핵심" [특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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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는 국가의 양성평등 문제를 총괄하는 장관이 30대 워킹맘이다. 지난달 24일 공공 데이터 공유 등 모범 사례를 교환하기 위해 방한한 마리 비애레(Marie Bjerre) 덴마크 디지털 정부 및 양성평등부 장관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만났다. 활짝 웃으며 등장한 비애레 장관은 인터뷰 내내 쉰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꿈을 이룰 기회를 갖는 것은,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좋다는 것이 양성평등 정책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6년생인 비애레 장관은 변호사 출신으로 2019년 정계에 입문했다. 소속 정당은 우파 성향의 자유당(Venstre)이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디지털 정부 및 양성평등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덴마크는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자유당, 온건당이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정당 의석수에 따라 내각이 배분된다.

덴마크는 성별 임금 격차가 5.6%(202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양성평등 수준이 비교적 높은 국가다(한국 31.2%·평균 12.1%). 그러나 이런 덴마크에서도 여전히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비애레 장관은 "여성이자 엄마인 장관이라는 점에서 남성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이라며 "덴마크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역시 여전히 남성이 여성 대비 훨씬 많다"고 말했다.


다만 덴마크는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상황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비애레 장관의 설명이다. 덴마크는 2022년 남녀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제도를 개정했다. 총 52주(약 12개월) 육아휴직 중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없는 11주를 각각 부여하고, 이를 자녀가 태어난 후 1년 이내에 사용하도록 했다. 가정폭력을 겪은 남성 피해자를 위한 지원 제도도 마련했다. 여성만 이용 가능했던 피해자 지원센터의 문을 남성에게까지 연 것이다. 비애레 장관은 "양성평등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여성에게만 치중했다면 제도가 부작용을 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 비애레 덴마크 디지털 정부 및 양성평등부 장관이 24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마리 비애레 덴마크 디지털 정부 및 양성평등부 장관이 24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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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비애레 장관과 일문일답.

-덴마크 정부가 남성 육아휴직 일정 기간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개정 이전에는 12개월로 정해진 육아휴직 대부분을 여성인 엄마들만 사용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려면 아내인 여성이 육아휴직을 좀 덜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신설된 법이 발효되면서 남성도 10주(약 두 달 반) 이상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새로운 법안이 상당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법안이 발효되기 전에는 덴마크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2주밖에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10.5주를 쓰고 있다.


-한국에선 남성 육아휴직이 늘어나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경영자들을 따로 설득한 방법이 있었나.

△덴마크는 오히려 반대의 분위기가 있었다. 기업이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을 줘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왜냐하면 직장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직장에서 성평등이 이뤄지면 직장 분위기 자체가 개선된다고 기업인들이 믿었기 때문이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는 나아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평등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한 것 같다. 여성에게는 더 나은 경력 기회를 제공하고, 남성에게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줬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계획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호사 일도 상당히 좋아했다. 어쩔 수 없이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됐는데, 왜냐하면 목소리를 내고 싶었고, 노력해서 뭔가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장관으로 일하면서 육아하는 일이 힘들지 않은지 궁금하다.

△덴마크에서도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동료 중에서 남자 장관도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들은 똑같은 질문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을 받는 이유는 내가 여자라서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도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있는 여성도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고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추가하자면, ‘지원을 잘하는 배우자(supportive partner)’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가족 안에서 돌봄과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저는 다행히 아주 좋은 배우자가 있어서 행운이다. 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육아는 많은 시간과 준비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데에 능숙해야 한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나.

△앞서 말했듯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의회는 코펜하겐에 있고 제가 사는 곳은 코펜하겐에서 3시간 30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장관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월요일 저녁 코펜하겐으로 가서 금요일 저녁까지 그곳에 머물게 되는데, 그 기간에는 아이들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저녁까지는 남편보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게 우리 가족에게 더 잘 맞는 방식이다. 주말에는 저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혹시 주말에 업무를 봐야 한다면 아이를 항상 데려가는 그런 식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비애레 장관은 “양성평등은 단순히 여성에 관한 것만은 아니고 남녀 모두에 관한 것”이라며 “남성에게도 양성평등이 많은 장점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비애레 장관은 “양성평등은 단순히 여성에 관한 것만은 아니고 남녀 모두에 관한 것”이라며 “남성에게도 양성평등이 많은 장점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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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의 우선순위가 있다면, 지금은 장관으로서 일에 우선순위를 둔 것인가.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딸 둘이 있는데, 제가 하는 일이 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다. 딸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고,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딸들도 강인한 여성으로 자랄 기회를 제가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저는 아이를 더 우선시한다. 아이들을 매일 보려고 하고, 아이를 우선시하는 엄마라고 생각한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편견은 없나. 만약 남성 장관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면 어떤 평판을 얻게 되나.

△전혀 그렇지 않고 그 반대다. 만약에 그들이 휴직을 안 했다면 아이들하고 시간을 보내기 싫어하는구나 하고 인식이 됐을 것이다.


-덴마크 정부는 디지털 정부와 양성평등부가 함께 있는데, 각 부처의 역할은 어떻게 운영되나.

△서로 다른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고, 독립적으로 운영이 된다. 양성평등부는 20년 전부터 있었던 부처다. 단독으로 존재했던 적은 없고 다른 부처에 통합돼서 존재했다. 이전에는 교통 관련 부서와 함께 있었다. 몇 년 전 디지털 정부와 함께 한 부처로 통합이 됐다. 처음에는 디지털 정부와 양성평등부가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운영해보니 서로 잘 맞아떨어지는 점들이 있었다. 실제로 IT업계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해 디지털 사회를 촉진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디지털 정부와 양성평등이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성평등이라는 분야 자체가 사회 여러 분야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어느 부분에 붙여도 다양한 사회 분야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좋은 기회가 된다.


-덴마크도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나. 해결 방안이 있다면.

△덴마크 출산율은 1.5명이다. 이 수치가 좀 낮다고 본다. 사회에서 가장 적합한 인구 유지를 위해서 적절한 수준의 출산율은 2.1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덴마크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린이집 비용을 저렴하게 한다는 점이다. 여성이 12개월간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 일자리로 복귀할 때도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돼 있고, 노인을 돌봐줄 수 있는 환경 역시 조성돼 있기 때문에 여성이 돌봄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엄마와 아빠가 가사와 돌봄을 공유하고 나누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불임 치료, 난임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비애레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남성 장관 동료들이 저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이 금요일에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온전히 주말을 보내면 ‘와우, 넌 정말 좋은 아버지야’라고 하는 반면 저는 엄마로서 아이들과 주중에 함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평등을 원한다면 이런 분위기는 정말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비애레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남성 장관 동료들이 저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이 금요일에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온전히 주말을 보내면 ‘와우, 넌 정말 좋은 아버지야’라고 하는 반면 저는 엄마로서 아이들과 주중에 함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평등을 원한다면 이런 분위기는 정말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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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도 여전히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양성평등은 단순히 여성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남성들도 직면한 문제가 있다. 사회를 보면 여성들은 올라가지 못해서 고전을 하는 것 같고, 남성들은 반대로 아래쪽에서 고전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외로워서 자살률도 높고 노숙자가 된다거나 가족 간 불화를 겪는다거나 건강에 문제를 겪는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이런 남성에 관련된 양성평등 문제엔 자주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남성도 포용해야 한다는 부분에 중점을 둬왔다. 최근 덴마크에서 새로운 법이 신설됐다. 전에는 남녀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로서 여성이 쉼터를 찾아갔지만, 남성이 그런 곳을 찾는다거나 피해자가 된다는 개념이 없었다. 폭력이 발생하면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이지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성도 남성을 때리는 경우가 발생했고, 남성도 그런 폭력의 피해자가 됐을 때 도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법안이다.


-덴마크는 현재 연립정부다. 출신 정당이 다른 장관끼리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연립정부가 다시 들어선 게 최근이다. 지난 연립정부가 들어선 때는 70년대였다. 그때 연립정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저는 우파에 가까운 정당이고 지금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정당은 사회민주주의 성향이다. 연립정부가 지금까지 잘 운영이 되고 있다. 덴마크는 중도를 넘어서 합의를 이루는 전통이 있다. 우리는 좌익 정부가 있기 전에도 그랬고, 그전에는 우익 정부가 있었고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있기는 했지만 폭넓은 협의와 합의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최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수당이지만 실제로 그 힘을 쓰지 않는다. 정치적 합의를 이룰 때 다른 정당은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


마리 비애레 장관은…

덴마크 디지털 정부 및 양성평등부 장관으로, 2019년 처음 자유당 소속 의원으로 당선됐다. 1986년생으로 학생 시절에도 정당에 참여했다. 2011년 코펜하겐대학교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UC버클리 법학 석사(2015~2016년)를 마쳤다. 정계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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