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매체 "한·일, 더 성의 보이고 자율성 유지해야"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과 일본에 "더 성의를 보여야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놨다. 또한 우회적으로 미국을 견제하며 양국이 외부세력으로부터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6일 중국 글로벌타임스(GT)는 "4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회담이 아시아 3국 간 고위급 회담의 길을 닦을 뿐 아니라, 지역에 안정을 불어넣고 부정적 상황을 상쇄할 것"이라면서도 "양국이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를 원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모두 더 많은 조처를 하고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GT는 "외부세력은 중국을 견제하고 3국 간 협력을 방해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면서 "비지역 국가를 지역 문제에 간섭하도록 하는 것은 협력에 방해가 된다"면서 "일본과 한국 모두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미일 3국 협력을 겨냥한 언급이다.

다만 이번 회의가 양국 정상을 비롯한 최고위급 회담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GT에 "이번 회의는 협력을 심화할 뿐 아니라,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더 높은 수준의 3자 회담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징, 도쿄, 서울 간의 현재의 차이를 통제하는 동시에 3국이 공동 이익을 공유하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앞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또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대만과 남중국해를 언급한 것과 관련,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을 중단하고,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뤼챠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한반도 부문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한국도 중국의 핵심 이익을 무시하면서 협력을 논의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세 나라의 협력에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분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2019년 8월 중국 베이징 회의 이후 4년 3개월여 만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