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인 2명 암살 시도 7명 체포…우크라 배후"

러시아 당국이 유명 자국 언론인 2명을 살해하려 한 일당 7명을 체포하고 그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주요 외신은 타스 통신 등 현지 매체를 인용해 모스크바 법원이 15일(현지시각) 폭력행위 등 혐의로 체포된 성인 2명과 미성년자 5명에 대한 구금 기간을 오는 9월 14일까지로 연장해 달라는 당국의 신청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자국 언론인 2명을 암살하려고 한 7명을 체포했다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암살 대상으로 지목된 크세니야 소브착(왼쪽), 마르가리타 시모냔. [사진출처=AP/연합뉴스]

앞서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지난 14일 국영 RT 방송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과 TV 앵커와 배우 등으로 활동하는 크세니야 소브착 등 여성 언론인 2명의 집과 직장 주변을 정탐하던 일당을 체포했다.

이중 소브착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교계 명사이자 방송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알려진 아나톨리 소브착의 딸이다. 그는 2018년 여성 최초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당시 소브착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를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러시아 경찰의 급습을 피해 해외로 달아났던 적도 있다.

이와 관련, FSB의 한 관계자는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두 여성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준비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언론인 1명당 현상금 150만루블(약 2117만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이에 주요 외신은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기간 러시아의 전쟁 찬성론자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련의 암살 사건과 관련된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푸틴의 프로파간다 선봉장으로 언급되는 마르가리타 시모냔 러시아투데이(RT) 편집장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을 설명하고는 보안기관들의 지속적인 활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19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꽃다발 받는 마르가리타 시모냔 [사진출처=EPA/연합뉴스]

반면, 소브착은 "암살 음모가 사실이라면, 이번 일에 연관된 모든 당국 관계자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 아니고 그저 나와 시모냔을 한 문장으로 엮으려는 생각이었다면 이번 역시 그저 역겨운 일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암살 시도 자체가 특정한 의도로 날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푸틴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정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두기나가 의문의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을 당시 러시아 당국은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TV로 방영된 논평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같은 범죄 국가나 테러국이 아니다"며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암살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