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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가 조작 부당이득 산정 위헌 소지" 법원행정처, 개정안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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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20일 법사위에 의견 전달…주가 조작 관련 개정안 무산 위기
부당이득 산정식 ‘책임주의 원칙’, 과징금 2배 상향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

[단독]"주가 조작 부당이득 산정 위헌 소지" 법원행정처, 개정안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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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 사태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부당이득 산정법 및 과징금 부과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 제442조의2)'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안의 내용 중 자수할 경우 형량을 감면(리니언시)하는 조항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이런 내용의 검토 보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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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된 법안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법체계와 자구에 대해 검토를 한다. 이때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 사실상 법안 통과가 무산된다.


법원행정처는 보고서에서 △부당이득 산정 방식 △과징금 상향 △리니언시(형량 감면) 등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과징금 상향 내용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부당이득 산정 방식에 대한 위헌 가능성이다. 법원행정처는 "현행 법체계를 벗어나 범죄자(피고)에 입증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증 책임이란 '책임이 없으면 형벌이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를 말한다.

현행법과 판례에서는 위반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산정할 때 검찰에서 불법을 입증해야 한다. 가령 주가 조작 사범이 주가를 끌어올린 기간 동안 기준금리 동결, 증시 활황 등 호재성 이슈가 있었다면 온전히 불법행위로 챙긴 부당이득만을 검찰에서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주가 조작 사범을 기소해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것은 이런 배경 탓이 크다. 법률에 부당이득 산정 방식이 명시되지 않아서 대부분의 부당이득액을 '불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2020년 사이 불공정거래 사건당 평균 부당이득 금액은 46억원에 이르렀지만, 불기소율이 55.8%나 됐고, 기소돼도 40.6%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법원은 책임주의 원칙에 근거해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2011년 헌법재판소 판례가 대표적이다. 불공정거래로 취한 부당이익과 다른 요인에 따른이익(더불어 회피한 손실액)을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제443조제1항 단서)에서는 불공정거래나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따른부당이익 산정 방법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징금 관련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규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사법부와 협조해 행정제재를 하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일본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민사 제재금(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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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안 1항에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명시했다. 2항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제3자의 개입, 그 밖의 외부적 요인에 따른 가격 변동분을 '소명'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차액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제3자의 개입 등에 대해 입증할 때 그 차액만큼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입증 책임을 피고에 떠넘기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가 있어, 피의자가 '소명'할 경우라고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에서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액을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뺀 것만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법 위반자가 제3자 개입 여부나 이에 따른 가격변동분을 소명하지 않을 경우, 제3자 개입 등에 대한 입증 책임을 검사가 부담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제3자 개입 여부, 그 가격변동분에 대해 검사가 이를 입증하지 않으면 사실상 입증 책임의 전환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이득을 산정하더라도 피의자가 자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범죄 행위의 입증 책임을 피의자에게 떠넘길 수 있어 형사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국회 관계자는 "검찰은 호재성 이슈가 아니라 불법행위로 주가를 올려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므로, 책임주의 원칙 아래서는 주가 조작 범죄자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가 조작 범죄를 '일벌백계' 하려는 검찰과 국회와 법 체계의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법 당국의 견해 차이가 극명하다"며 "기계적으로 법 적용을 하면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 입증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주가 조작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로 잘못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부당이득액의 2배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제429조의 2)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금전적 제재가 과도해 책임주의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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