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휴대폰 찾으려고"… 사흘간 저수지 물 210만ℓ 뺀 인도 공무원

셀카 찍다 160만원짜리 삼성폰 떨어트려
야당 "직권 남용" 비판…정직 처분

인도의 한 지방정부 공무원이 저수지에 빠트린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겠다며 사흘 동안 210만ℓ(리터)에 달하는 물을 뺐다가 정직 처분을 당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26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매체와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 칸케르 지역 식품 공무원인 라제시 비슈와스는 지난 21일 현지 저수지에 놀러 가 셀카를 찍던 중 실수로 휴대전화를 떨어트렸다. 이 휴대전화는 4.6m 깊이의 물속으로 그대로 가라앉고 말았다. 빠뜨린 휴대전화기는 10만루피(약 160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제품으로 알려졌다.

당황한 비슈와스는 먼저 지역 주민을 불러 저수지로 잠수해 들어가 휴대전화를 찾도록 했으나, 잠수부들은 끝내 휴대전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비슈와스가 택한 다음 방법은 디젤 펌프를 사용한 물빼기였다. 이 작업에는 30마력짜리 디젤 펌프 2개가 동원됐는데 22일 오후부터 가동을 시작해 25일까지 사흘 밤낮으로 작업을 계속했다. 3일 동안 퍼낸 물의 양은 무려 약 210만ℓ에 달했는데 BBC는 "이는 약 600㏊(헥타르) 면적 농지에 관개용수로 쓰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첸나이의 저수지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EPA 연합뉴스]

저수지 수위가 1.8m 정도로 낮아지자 드디어 비슈와스의 휴대전화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던 탓에 작동하지 않았다. 비슈와스의 황당한 저수지 배수 작업은 주 정부 관개·수자원국의 또 다른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해 강력히 항의하고 중단 지시를 내린 후에야 중단됐다.

비슈와스의 행동은 '공무원 직권남용' 논란을 일으켰으며 야권은 이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인도국민당(BJP)은 "매년 여름마다 주민들이 물 부족을 겪으며 폭염 속에 물을 끌어다 쓰고 급수 설비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공무원은 직권을 남용해 관개 용수로 사용될 수 있는 물을 빼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비슈와스는 "휴대전화에 주 정부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어 회수해야만 했다"며 "당국의 구두 허가를 받은 후 물빼기 작업을 했으며, 빼낸 물의 경우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역 당국은 비슈와스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칸케르 지역 공무원인 프리얀카 슈클라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비슈와스에게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며 "물은 필수 자원이며 이런 식으로 낭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