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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美-사우디 77년 동맹관계 최대 위기…'페트로 달러'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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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美, 감산 한달연기 요청"…중간선거 이슈로
美 "감산할 시장상황 없어"…러 지원 의혹 제기 반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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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최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결정을 두고 외교적 마찰을 벌이고 있습니다. 1945년 이후 중동 내 가장 친미성향이 강한 국가로 분류돼왔던 사우디가 미국정부의 감산 지연 요청을 거절하자 미국에서 아예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외교분쟁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감산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우디에서는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경제적 조치일 뿐이라며 역으로 미국 민주당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하에 감산 지연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양자간 분쟁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깊어진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전체 원유의 60% 이상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사우디는 점점 중국, 러시아와의 유대관계를 더욱 중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죠. 이에따라 그동안 미국과 사우디간 경제적 유대의 상징이었던 '페트로-달러(Petro-Dollar)'체제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 "순수 경제적 결정" VS 美 "사우디 배은망덕함에 분노"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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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OPEC+의 감산 결정을 한달간 연기할 것을 요청해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미국 행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모든 경제 분석 결과, 연기조치가 오히려 부정적인 경제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이번 감산조치는 단일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에 근거한 것이 아닌, 회원국 전체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며 순수하게 경제적인 고려사항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명했죠.


사우디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미국정부의 감산 연기요청을 직접 밝힌 이유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달 8일 열리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유로 감산연기를 요청했다는 시각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사우디 외교부가 직접적으로 성명에 미국의 중간선거와 관련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인 한달 뒤로 감산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공개한 것 자체가 바이든 행정부의 감산요구 이유를 정치적 이유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밝힌 셈이 됐죠.


바이든 행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에서 감산조치에 나서야 할 시장기반 이유는 찾기 어렵다"며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도 사우디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사우디의 방향을 지지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느꼈다고 우리에게 비공개로 전달한 바 있다"고 사우디를 비판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오히려 사우디가 OPEC+에서 러시아를 퇴출하지도 않고, 오히려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주는 감산결정을 내린 것에 크게 분개하고 있죠. 바이든 행정부 뿐만 아니라 미국 정계에서도 사우디의 감산결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며 군사협력 관계를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의회는 사우디가 감산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1년간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캘리포니아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비평가인 로 칸나는 "우리는 무기는 물론 사우디에 방위와 협력 등에 많은 것을 제공한다. 그들의 무기 73%를 미국에서 얻는다"며 "의회에 있는 다수가 사우디의 이런 배은망덕함(ingratitude)에 화가 난다"고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석유패권 협력관계에서 최대 경쟁관계로 변모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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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간 외교분쟁은 최근 사우디의 감산결정이 뇌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2010년대를 기점으로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사우디의 최대 석유수입 '고객'에서 최대 '경쟁자'로 변모하면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죠.


CNBC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일평균 사우디산 석유 수입량은 50만배럴로 1990년대 평균 200만배럴 대비 4분의 1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에비해 지난해 중국의 일평균 사우디산 석유 수입량은 176만배럴을 기록해 사우디 석유의 최대 고객이 됐죠. 미국은 오히려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산유국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 사우디와 산유량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원래 사우디의 석유를 먼저 발견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한 국가가 미국이었음을 고려하면 큰 아이러니인데요. 영국 BBC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는 1938년 발견됐고, 이후 미국의 엑손모빌을 비롯한 4개 메이저 정유사가 연합해 '아람코(Aramco)'라는 기업을 세우고 사우디 석유개발에 나섰습니다. 이후 1980년에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 지분의 100%를 확보하면서 지금은 사우디의 국영기업이 됐죠.


이처럼 미국은 1945년 2월, 2차대전 종전을 앞두고 사우디 왕국과 국가간 정식으로 협력관계를 맺게됐죠. 이후 77년간 사우디는 미국의 중동 내 최대 우방국가였습니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더욱 강해진 것은 1974년 페트로-달러 협정 이후인데요. 이는 모든 석유시장 결제에서 달러만 사용하기로 한 결정으로 사우디와 아랍연맹국가들은 여전히 모든 결제를 달러로만 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이 페트로-달러체제 덕분었습니다.

사우디 '페트로-위안화' 카드 내밀까…中 입지 확대 전망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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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미국과 사우디간 표면적인 외교분쟁은 미국의 중간선거 전후로 협상을 통해 봉합될 것이란 기대가 높습니다. 양자간 협력관계가 아직 상호 국익에 큰 영향을 끼치는만큼, 곧바로 70년 이상 지속된 양국관계를 완전히 뒤엎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달 초 예멘 후티반군과의 휴전협정 연장에 실패하면서 자국 주요 송유관에 대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반군이 대량의 이란산 드론을 발사해 송유관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죠.


미국과 아랍연맹 주요국들과 함께 통합 방공망 체제를 구축하려던 사우디 입장에서 미국이 아예 방위협력사업을 중단하고, 무기판매도 1년 이상 금지해버리면 심각한 안보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위협 등 국제현안이 산재한 상황에서 중동지역을 뒤흔들 사우디와의 외교관계 중단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위기는 봉합하더라도 오랜시간에 걸쳐 생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페트로-달러체제에서 벗어나 페트로-위안화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당장 일평균 약 620만배럴의 원유를 달러결제로만 수출하던 사우디가 전체 물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물량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큰 파급효과가 나타날 전망입니다. 특히 사우디는 중동 아랍연맹의 맹주국가인만큼, 사우디의 결정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다른 중동 산유국들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향후 중동 정세에서 중국의 입김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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