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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평가 어떻게" 코로나發 업무 변화가 만든 기업의 '고민'[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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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성과 평가는 관리자들이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직원들을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압박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직접 봐야만 평가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죠."


국내에서 책 '오리지널스'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유명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최근 한 스타트업의 센터장을 맡게 됐습니다.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 정신건강 스타트업 '베터업(BETTER UP)'의 목적·성과센터였는데요. 직원의 성과에 대해 연구하고 기업, 과학계와 연계해 직장인의 웰빙, 일의 목적에 대해 논의하는 곳입니다. 현시점에서 '고성과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재정의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조직심리학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조직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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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그랜트 교수가 이 역할을 맡게 된 건 기업의 성과 평가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성과 평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더 좋은 평가 방법이 있어야 하고 관리자들이 좋은 성과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그래야 매일 한 공간에 앉아 있지 않아도 직원들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 지금 이 시점에 왜 기업은 성과 평가를 고민하나?

성과 평가는 기업 경영에 있어 항상 논란이 많은 주제 중 하나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과 평가 기준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고, 평가를 하는 이와 받는 이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아 HR 부문에서는 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이슈입니다. 이러한 주제를 지금 이 시점에 그랜트 교수가 언급하게 된 배경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가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근무 형태가 변했죠.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재택근무 확산입니다. 그렇게 되면서 관리자가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졌는데요. 그동안 사무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업무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살피고 대화를 나누면서 이를 바탕으로 평가를 했는데, 재택근무가 이뤄지니 기존에 평가 기준으로 삼았던 사무실 내에서의 업무 자세 등은 파악하기가 힘들어진 겁니다. 그랜트 교수는 관리자들이 사무실에 나와 업무를 하는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미국 등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성과 평가를 한동안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력난을 겪었던 해외에서는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평가를 잠시 중단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욱 집중한 것이죠.

"성과 평가 어떻게" 코로나發 업무 변화가 만든 기업의 '고민'[찐비트]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어요. 여전히 미국 등 주요국의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고 인력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는 하는데요. 그래도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글로벌 기술 기업 등에서는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두려운 성과 평가가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많은 기업이 직원의 성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과 평가의 귀환은 많은 직장인을 실망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인적자원 소프트웨어 업체 밤부HR의 지난 7월 기준 성과 평가 시스템 사용을 위한 계약 건수가 전년동기대비 30%나 증가했다고 해요. 성과 평가 건수는 지난해 연간 기준 6만1000건 수준이었으나 올해 최근까지 53만건 가까이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어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닐 간디 인적자원 담당 파트너는 이를 두고 "직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을 하고 그들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일상적인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처럼 다수의 기업은 기존 방식대로 되돌아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일각에서는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그랜트 교수처럼 말이죠. 미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애센츄어 등 일부 대기업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연간 성과 평가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해 성과 평가의 기간이 연간이 아닌 분기 수준으로 짧게,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직원과 관리자의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시대에 따라 변화한 성과 평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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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HR 전문가' 피터 카펠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겸 인적자원센터 소장 등이 2016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성과 평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저성과자를 해고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에서 시작됐습니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 체계였죠.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미 육군에서 성과 평가가 이뤄졌는데요. 이때는 저성과자를 찾아내기보다 오히려 성과가 좋은 사병을 찾아 장교가 될 인물을 식별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해요. 인력 개발에 초점을 맞춘 성과 평가였다는 의미죠.


이를 두고 카펠리 교수는 이 글에서 성과 평가의 목적이 역사·경제적 맥락을 바탕으로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적 자본을 구하기가 쉬운 상황인지 여부에 따라 직원 개인의 성과를 따져 보상이나 해고 여부 등 책임을 묻거나 직원 중 성과가 좋은 인물을 승진 조치하는 등 인력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을 두고 비중을 달리했다는 겁니다.


1940년대에 미국 기업의 60%는 이러한 성과 평가를 통해 직원의 성과를 문서화하고 보상을 나눴는데요. 1960년대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며 성과 평가의 역할을 책임과 성장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는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자 다시 개인의 책임을 따져보고 성과를 평가하는 것을 중심에 뒀다고 합니다.

잭 웰치 전 GE 회장

잭 웰치 전 GE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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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도입돼 30여년 간 성공한 성과 평가 방식으로 인정받았던 GE의 '상대 평가제'는 시대 상황에 따라 제도가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20세기 경영의 귀재'라 불렸던 잭 웰치가 1981년 GE 경영을 맡으면서 도입, 직원들을 성과 평가해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나눠 임금을 차별화하고 하위 10%는 해고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죠. 한때 이 방식은 직원들의 보상을 성과를 바탕으로 나누면서 직원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들이 지나친 경쟁과 사내 정치를 조장해 협업과 창의적 사고를 헤친다면서 이 제도를 속속 폐지했어요. GE마저도 2015년 '낡은 방식'이라며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GE의 변화는 모바일 등의 보급으로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하고 개인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세대가 직장인으로 진입하면서 1년에 한 번 상대 평가를 하는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이렇듯 성과 평가는 늘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어왔는데요. 코로나19로 일의 개념이 변화하고 업무수행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진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과 평가 제도를 둘러싼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시대에 맞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현명한 답을 찾아 나가야 할 겁니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입니다. 팬데믹 이후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하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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