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車 구하기,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세제·R&D 지원해야"

자동차연구원 "카플레이션＋수익성 강화 전략"
소비자 실질구매력 ↓…시장판도 바뀔 수도
폭스바겐·도요타 등 소형차종 단종
배터리 전기차도 고가 위주 출시

러시아 체첸의 라다 완성차 조립공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전 세계 곳곳에서 완성차 가격이 꾸준히 오른 데다 소비자 실질구매력이 떨어진 만큼 차량구매 문턱을 낮추기 위해 세제나 연구개발쪽으로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환경규제로 차량 가격이 한동안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내놓은 산업동향 자료를 보면, 러시아 침공에 따라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조짐은 장기화될 조짐이 완연해졌다.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부품수급난이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NXP·인피니언·르네사스 등 전 세계에서도 소수 업체가 쥐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일감을 맡기는 구조인데 코로나19가 불거졌던 2년 전부터 지금껏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여서 수익성이 높이 않은 시장으로 꼽혀 다른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는 적극 뛰어들지 않는다.

완성차업계에선 당초 연내 반도체 등 부품수급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이 길어지면서 문제가 꼬였다. 이호중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러시아산 네온·팔라듐,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하네스 등 부품공급문제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러시아 육송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 증가 등이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찻값이 오를 요인이 잔뜩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소형 세단·해치백 같이 상대적으로 싼 차는 생산을 줄이거나 단종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드, 쉐보레 등은 가장 작은 A·B세그먼트 일부 차종을 단종하거나 후속모델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도요타·혼다도 앞서 2020년부터 B세그먼트를 북미지역에서 단종했다. 과거 각 브랜드의 판매량을 책임지던 볼륨모델을 없앤 것이다. 판매량이 줄면서 실적이 떨어졌는데 이를 비싼 차종 생산·판매로 상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각 업체마다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찻값을 끌어올린다. 배터리 수요가 단기간 내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완성차 생산단가의 여전히 20~30%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기업마다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기보다는 고가 전기차로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여기에 당장 2025년 발효를 앞둔 유로7 환경기준에 따라 신규 엔진을 개발하거나 추가로 제어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추가비용이 예고된 상황이다.

공급자 우위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완성차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연구원 측은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공급·수요 간극 속에서 소비자는 신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중국산 완성차가 글로벌 시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생계수단으로서 차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자동차 세제 가운데 시대적 소명을 다했거나 중복과세 여지가 있는 세목을 정리하고 취약계층의 차 관련 세금감면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희소자원을 대체하는 연구개발이나 차 반도체 수를 근보적으로 줄이는 설계혁신 연구개발, 소재·부품기업의 생산 프로세스 개선 컨설팅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