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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한 전자이야기]기숙사·빨래방·군대에서 가정으로…건조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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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기민한 전자이야기’는 전자·기계제품, 장치의 소소한 정보를 기민하게 살펴보는 코너 입니다. 광고,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따끈한 신상품, 이제는 추억이 된 제품, 아리송한 제품·업계 용어와 소식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빨래 한 바구니를 들고 500원짜리 동전 여러 개를 챙겨서 나간 기억이 있나요? 기숙사 세탁실, 빨래방에서,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부대에 있는 의류건조기를 사용해보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주거의 변화와 미세먼지 때문에 빨래를 밖에 널어 햇빛으로 말리기 쉽지 않고, 바빠진 일상에 빨래를 널었다가 걷는 일도 쉽지 않죠. 이러한 생활·환경의 변화 때문에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던 건조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번 ‘기민한 전자이야기’에서는 건조기 기술의 종류와 기능, 국내에 불고 있는 건조기 열풍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빨래를 말리는 3가지 방법…에어벤트·콘덴싱·히트펌프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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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는 기본적으로 열을 사용해서 수분을 말리는 방식인데요. 열을 내는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쓰느냐, 도시가스를 쓰느냐로 나뉩니다. 가스식 건조기는 기계 자체의 가격이 저렴하고 빨래를 빠르게 건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건조기를 위한 배관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고, 이 때문에 이사를 할 때마다 설치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가스를 이용한 고온으로 빠르게 건조하다 보니 옷감이 상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건조기가 빨래를 말리는 방식으로는 크게 에어 벤트(air vent,열풍배기식 건조), 콘덴싱(condensing, 열풍제습), 히트펌프(heat pump, 저온제습) 등 3가지로 나뉩니다. 에어 벤트 방식은 히터로 공기를 섭씨 100도 정도로 데워 옷감을 말리고 옷감에서 나온 습기와 먼지를 제품 외부로 배출시키는 방식입니다. 콘덴싱은 공기를 데워 옷을 건조하고 습기와 먼지를 제품 내부에서 해결합니다. 고온을 이용한 방식이라서 전력효율이 낮고, 옷감을 상하게 할 수 있어 다양한 제품을 세탁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건조기에 탑재되는 히트펌프 방식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히트펌프 방식은 콘덴서 방식 히터 대신 냉매를 열원으로 사용합니다. 따뜻한 냉매가 건조통 내부를 데워 옷의 수분을 수증기로 만들고 수증기를 저온 측에서 물(응축수)로 만들어 외부로 배출합니다. 이 때문에 건조기에는 냉매를 순환시키는 컴프레서와 습기 배출과 열 교환을 해주는 콘덴서가 중요한 부품으로 꼽힙니다.

건조기 역사 100년 미국…전체 가구 80%가 보유

건조기의 역사는 우리의 생각보다 꽤 오래됐습니다.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18세기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빨래를 빨리 말리기 위해 배기구를 뚫은 드럼통에 빨래를 넣고 밑에 불을 피워 돌려가면서 말렸는데요. 이런 방식이 건조기의 시초로 꼽힙니다. 전기 건조기는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로스 무어 (J. Ross Moore)가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빨래 건조를 위한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스토브를 놓은 형태였는데요. 로스 무어는 수십년간 연구 끝에 드럼식 건조기를 개발했습니다.


20세기 중반부터는 미국의 대형가전 업체들이 건조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건조기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빨래를 외부에 널어 말리는 방식이 미관을 해친다는 인식이 퍼져 이웃 간의 다툼이 벌어지거나 외부에 빨래를 말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일부 주(州)에서 발의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빨래를 외부에서 말릴 권리’를 주장하는 환경운동도 벌어졌고요. 현재 미국 가정의 건조기 보급률은 현재 80% 수준에 이릅니다.

국내 시장은 2016년 이후 성장…삼성·LG의 1위 경쟁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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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린나이가 90년대 의류건조기를 최초로 판매했고, 2004년 LG전자가 건조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정용 건조기 시장이 성장한 건 2016년 이후 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시장에서 건조기는 2017년 60만대, 2018년에는 150만대, 지난해에는 200만대가 각각 팔렸습니다. 올해도 2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건조기 시장이 커진 데에는 맞벌이 가구 증가와 1인가구 확대 같은 가족형태의 변화, 밀폐형 공조식 아파트 증가와 같은 주거환경의 변화,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에 대한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죠. 2005년 12월부터 실시된 누진제는 6단계(요금 차이 11.7배)였지만 2016년 12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누진제는 3단계(3배)입니다.


국내 건조기시장은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가 양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LG전자는 2016년 히트펌프식 건조기를 출시한 이후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일부 제품의 콘덴서 등 기능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면서 자발적 리콜을 해줬는데요. 이에 소비자의 시선이 삼성전자에 쏠리면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국내 건조기 시장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사진=LG전자]

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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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국내 건조기 시장 경쟁은 올해에도 뜨거워지는 양상입니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1월 AI 기능이 탑재된 건조기 신제품 ‘그랑데 AI’를 출시했습니다. 그랑데 AI는 세탁코스에 따라 건조 코스를 알아서 맞춰 주고 소비자 사용습관을 스스로 학습합니다. 건조기와 세탁기를 각각 별도로 구매할 수 있고, 두 제품을 모두 구매해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세탁기 패널에서 건조기까지 조작할 수 있죠. 또한 9개 정밀 센서, 국내 최대 용량의 컴프레서·콘덴서로 초고속 건조를 구현하고 마이크로 안심필터를 추가해 콘덴서로 가는 먼지를 최소화 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랑데 AI는 출시 직후 1만대 판매에 4주가 걸렸다고 합니다.


LG전자는 이달 5일 ‘트롬 건조기 스팀 싱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LG전자는 특허기술인 ‘트루스팀’ 기술을 탑재해 3가지 스팀 특화코스로 옷과 침구 등을 세척합니다. 특히 LG전자는 위생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신제품에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AI 기능을 건조기에 탑재했습니다. LG 씽큐 앱을 통해 다음달 선보일 AI DD(DirectDrive) 세탁기나 와이파이가 탑재된 LG 세탁기와 '스마트 페어링' 기능으로 연동할 수 있죠. 또한 와이파이가 탑재된 LG세탁기는 어떤 제품이든 건조기와 연동할 수 있습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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