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도 "교육자치 역행" 반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지역 유·초·중·고교의 인사, 시설 사용 등 학교장에게 위임된 권한을 필요시 교육감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조례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의결된 '서울시교육감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법령 위반과 공익 침해 우려가 있다며 9일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교육감이 요구하는 경우 기존에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온 학교 시설의 사용 허가와 7급 이하 지방직 공무원의 임용 등의 권한을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일례로 기존에는 학교의 교장이 운동장이나 주차장을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지 말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교육감이 행정권을 발동하면 강제로 개방하도록 할 수 있다.
이에 일선 학교 교장은 물론 교원단체들은 "학교의 자율적 권한을 침해하고 학교자치를 훼손한다'며 조례 개정안 철회를 촉구해 왔다.
교육청 역시 "행정권한의 위임은 권한을 명확히 승계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시의회에 개정안을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개정 조례안은 교육감이 요구할 수 있는 사유와 근거가 불명확한 단서를 규정함으로써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시민들로서는 어느 기관이 어디까지 책임지는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아 수임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또 "권한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임기관이 필요에 따라 그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권한의 위임 속성과 모순돼 불가능하다는 법제처의 의견과 교육부의 법령해석 회신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서울 광진구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신임 교장이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학교 정문을 폐쇄하는 일이 있었다. 주차장과 놀이터 등이 개방돼 있어 외부인 출입이 잦고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이같은 결정에 반대했고, 시의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교육계에서는 이 사안이 발단이 돼 이번 조례 개정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재의라는 것이 무거운 행위임을 충분히 알지만, 이번 개정조례안이 상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클 뿐 아니라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학교 현장의 우려가 매우 크기에 불가피하게 재의를 요청하게 됐다"며 "시의회 또한 재의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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