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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기생충과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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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수상작은 예술성은 높을지언정 재미가 없다는 통념이 있지만, 개봉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는 관객 1000만 돌파가 기대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영화는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한데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가족희비극 블랙코미디다. 감독 특유의 세밀한 설정, 재치 있는 대사 속에 녹아든 사회 비판적인 문제의식,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뚜렷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배우들의 연기 등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과연 수작이었다.

제목이 기생충이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기생충이란 단어가 언급되지 않는다. 반지하방의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체취가 되어버린 백수 가족이 얄팍한 거짓말로 부자 가족의 허영심을 파고들어 잇속을 차리는 모습에서 이 꺼림칙한 생물이 연상될 뿐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기생충에 대한 호기심이 솟았다. 기생충은 다른 종의 체내외에 붙어 숙주의 양분을 얻어 살아가며, 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가진, 즉 진핵세포로 이뤄진 무척추동물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들은 기생하면서 숙주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핵막이 없는 하등생물이어서 기생충이라 부르지 않는다. 회충, 촌충, 머릿니, 벼룩, 빈대 등이 기생충이다.


과학자들은 기생충을 굉장히 진화한 생물로 본다. 특정 종에 기생하려면 그 종의 해부학적 구조와 내분비계, 면역계, 생식 등에 맞춰 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생충은 숙주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숙주를 조종하기도 한다. 철사벌레라고도 불리는 연가시는 숙주의 뇌를 조종하는 단백질을 분비하기도 하고, 나비 유충을 숙주로 하는 고치벌은 고치벌 유충이 고치를 틀 때까지 숙주가 고치벌 유충을 지키도록 조종한다.


기생충은 또 '남한테 들러붙어 민폐를 끼치는 사람'을 비꼬는 단어로도 흔히 쓰인다. 안타깝게도 기생충 같은 인간은 사회 곳곳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사기꾼, 가정폭력 아동학대범, 성범죄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사회지도층이면서 상식과 인권존중 의식을 내팽개치고 갑질을 일삼는 자들, 민의를 대변하고 대중에 봉사해야 하지만 사익을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과 공직자도 그러하다. 불의를 외면하고 곡학아세하는 학자,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진짜 기생충은 구충제를 먹고 소독을 해서 퇴치한다지만 기생충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의로운 가치관과 양심에 따라 발언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약자의 고충에 공감하고 부조리에는 함께 맞설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교육이 약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의 교육은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끝으로, 충격적이고도 가슴 먹먹한 영화의 결말은 직접 보고 확인하기 바란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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