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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옆구리 터진 김밥도 좋아요! 엄마의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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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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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봄소풍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엄마가 김밥을 싸기 시작하셨다. 첫 번째 싼 김밥은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졌고 그 다음으로 싸는 김밥들은 학교가는 우리를 위한 아침이 되었고 또 김밥은 봄소풍가는 주인공의 도시락이었으며 소풍을 가지 않는 누군가의 도시락이 되었고 집에 돌아와 보면 저녁으로 몇줄 남은 김밥이 우리를 기다렸다. 소풍날은 종일 뜻하지 않게 김밥만 먹는 날이었고 형제들 중 누군가가 또 소풍을 가는 날이면 이런 풍경들이 자주 반복되었다.


단무지, 달걀, 당근, 시금치를 기본으로 우엉이나 유부를 간장물에 졸여서 넣어 주는 날이면 특별히 더 맛있는 김밥이 되기도 하였다. 어느 해에는 여러학교가 한꺼번에 소풍을 가게 되면서 시장에 시금치가 동이 나는 일이 있었다. 엄마가 시금치가 사지 못해 고민 끝에 부추를 사서 시금치 대신 넣어주셨는데 모두들 부추가 싫다고 투덜거리다가 혼난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전자렌지, 가스렌지 등의 화구도 많지 않은 옛날에 재료 준비와 밥까지 하려면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김밥을 준비하셨을테니 온가족이 소풍김밥으로 아침, 점심,저녁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소풍날 만나는 엄마표 김밥은 다 똑같은 것 같지만 김밥을 싸는 방법도 재료를 자르는 방법도 다양해 도시락 뚜껑을 열면서 친구들의 김밥을 함께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김밥 속이 가득 차 있지만 옆구리 하나 터져 있지 않고 가지런히 담겨 김밥 위에 통깨가 솔솔 뿌려진 김밥. 속이 그다지 많지 않고 밥만 많은데 김밥의 옆구리가 자연스럽게 터져 있는 김밥, 햄이나 쇠고기가 들어가 있어 함부로 젓가락을 대지 못하는 김밥까지.... 지금도 누구 누구 엄마의 김밥의 특별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엄마가 된 우리에게 전설처럼 남아있다.


봄이 되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봄소풍을 가지만 김밥을 집에서 싸는 엄마들은 많지 않다. 재료를 준비해 한두줄 싸서 소풍도시락을 준비하는것보다 가까운 김밥집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해졌기 때문이다. 김밥은 먹는 사람을 위해 편한 음식이지 만드는 사람에게는 쉬운 음식이 아니다. 속 재료에 따라서 그 맛도 다양해서 김밥 한줄만으로도 충분한 한끼가 되는 완전한 음식이 되었다.

냉장고속에 있는 재료들로 김, 밥 따로 준비해 가족들이 둘러앉아 셀프 김밥만들기 하면서 옛추억을 떠올려본다.

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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