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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글로 배우는 박여사님의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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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글로 배우는 박여사님의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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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당 작은 장독대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이 담겨져 있다. 김장이 끝나고 나면 장독대의 항아리를 채워줄 장담기를 준비한다. 가을에 수확한 흰콩은 푹 삶아서 으깨서 메주를 만들어 새끼줄에 걸어 적당히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실내로 들어가 겨울내내 본격 메주 띄우기에 들어간다. 잘 띄워진 메주는 내년 봄이면 소금물을 풀어서 간장을 만들고 또 된장을 만든다.

해마다 메주를 띄워 된장, 간장 담기를 거르지 않는 건 우리집 식탁에서 된장은 빼 놓을 수 없는 대표 양념이기 때문이다. 된장찌개, 된장국이 늘 식탁에 오르고 쌈밥에도 된장은 필수고 장아찌나 고기쌈장에도 된장을 사용한다. 햇된장에는 신선하면서 달큰한 된장맛이 있고 묵은 된장은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니 요리에 따라 햇된장과 묵은 된장을 각각 사용하게 된다.
우리집에서는 고추장은 해마다 담는 장은 아니다. 된장에 비해 고추장은 식탁에 오르는 횟수가 적은 편이라 그렇다. 올해는 친정 엄마 박여사님과 가을 고추장을 담았다. 김장을 전후해서 담는 고추장을 가을 고추장이라고 하는데 냉장 시설이 발달하면서 고추장을 담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아 여름에도 고추장을 담기도 한다. 하지만 더운 날씨 탓에 발효가 되기 전 상해서 그 방지 방법으로 소금을 많이 넣게 되니 짠맛이 강한 고추장이 되기도 한다. 가을 고추장을 많이 담는 이유는 여름에 수확한 붉은 고추를 잘 말려 빻아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 고추장을 담아주면 햇고추가루를 사용해 색도 곱고 겨울철에 잘 발효되어 봄에는 햇볕을 쪼이고 소금을 많이 넣지 않아도 오래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여사님은 엿기름 물에 찹쌀을 넣어 은근한 불에 끓여 찹쌀가루가 완전히 삭아서 묽은 갈색 물이 되면 엿기름에 쌀조청을 넣고 식혀서 고춧가루를 넣어 저어 주는데, 매운 맛을 좋아하면 엿기름 물을 완전히 식혀야 하고 매운 맛을 싫어 한다면 엿기름 물이 완전히 식기 전에 넣어 저어준다.

고추장 담기용으로 빻은 고춧가루가 점점 엿기름 물에 풀어지면서 붉은색 자태를 드러낸다. 메주가루를 넣고 가루가 완전히 섞이도록 젓고 또 저으면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집집마다 고추장 만드는 법도 다른데 박여사님은 여름에 담아 놓은 매실청을 넣는다. 소금은 고추장에서 빨리 녹지 않기 때문에 바로 항아리에 담지 말고 잘 저어 두었다가 하루쯤 지난 후에 다시 간을 확인하고 항아리에 담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박여사님의 고추장은 정확한 레시피는 없이 두루뭉술하게 만들어지는 듯하나 담을 때마다 맛있는 고추장이 된다.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돌며 붉은색도 선명해 겨울내내 항아리에서 잘 익어 봄이 되면 맛있는 고추장이 될 것 같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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